끈적한 高물가에…'채권 르네상스' 대체 언제쯤?

'채권 르네상스'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긴축(금리 인상)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26일(현지시간) 모닝스타 자료에 의하면 올해 5월까지 채권 펀드에는 113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작년 같은 기간 Fed의 긴축 우려로 인해 1070억달러가 유출된 것과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올 들어 긴축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에 JP모간, 핌코, 찰스슈왑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채권의 시대가 돌아왔다"고 선언하며 베팅에 나섰다.성적표는 초라했다. 주요국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을 나타내는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종합지수는 올해 1분기(1~3월) 3% 상승했다가 2분기 현재까지 약 1% 떨어졌다. 2022년 한 해 동안 16% 폭락했던 손실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문회사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사장은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믿었던 투자자들이 채권에 눈독을 들였지만, 고통스러운 베팅이었다"며 "특히 지난 5~6주 사이에 채권 투자 실적 악화가 집중됐다"고 했다.

약 1년간의 기준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자 서구권 중앙은행들이 다시 통화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깜짝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튀르키예는 단번에 6.5%포인트를 올리며 금리 정상화에 나섰다. 이달 금리를 동결한 미 Fed, 8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움직임은 차입 비용의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으로 금리 전망에 매우 민감한 단기 국채 투자자에게 특히 나쁜 소식"이라고 전했다. 지난주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7%대로 3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미 의회에 출석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발언하면서다. 결국 미국 1~3년 만기 국채 금리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상장지수펀드(iShares ETF)는 지난달 0.6% 손실을 입은 데 이어 6월 현재까지 추가로 0.6% 떨어진 상태다.이로 인해 채권 투자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올해 5월까지 채권 펀드에 투자된 1130억달러의 유입 시기를 나눠 보면 1~3월과 4~5월이 각각 710억달러, 420억달러로 유입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단기 국채 펀드에서는 4~5월 두달 간 7억6300만달러 상당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T로웨프라이스의 알렉스 오바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만기가 짧은 채권 대신 국채나 정부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