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좋아 인기 끌었던 경유차의 '몰락'…전기차보다도 안 팔린다

경유차, '디젤 게이트' 이후 인기 뚝
최근엔 전기차·하이브리드에 밀려
국내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이 약 2년 만에 L(리터)당 1300원대로 내려갔다. 사진=연합뉴스
친환경 차량으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한때 연비 효율이 좋아 인기를 끌었던 경유(디젤)차의 입지가 국내외에서 점점 좁아지고 있다.

2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신차 63만9432대 중 경유 차는 5만9612대로 연료별 최하위를 기록했다.경유 차는 전기차(6만5797대)보다도 적은 등록 대수를 기록했다. 1위는 39만4410대를 기록한 휘발유차, 하이브리드차가 11만9613대로 2위를 차지했다.

클린 디젤 인기였는데...환경오염 주범으로 몰락

경유 차는 질소산화물(NOx)을 휘발유 차량보다 더 많이 내뿜는다고 알려져 대기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경유 차는 과거 완성차 업계에서 오염물을 저감하는 장치를 쓰면 휘발유 차 수준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클린 디젤'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5년 폭스바겐이 전 세계에 판매한 경유 차에 소프트웨어 조작 장치를 달아 배기가스 배출량을 실제보다 적게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기가 급격하게 식었다.이 때문에 완성차 업계도 경유 신차를 속속 단종했다. 현대차그룹이 그랜저, 쏘나타, K3, K7, G70, G80 등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국내에서는 경유로 움직이는 세단이 모두 단종됐다. 한국GM도 전 모델에서 경유 차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독일 수입차의 경우 여전히 일부 경유 차를 국내에 수입 판매하고 있다. 이마저도 구매율은 떨어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디젤차 누적 등록 대수는 9221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6% 떨어진 수치다.
포터2 일렉트릭/사진=현대차

경유 차 대신...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선호

경유 차 수요는 친환경 바람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로 넘어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59만2000대 늘었는데, 이 중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72.8%다.

수입차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기차 등록 대수는 738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 다음은 3만3174대를 기록한 하이브리드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힘이나 연비가 좋아 경유 차를 선호했던 소형 상용차 시장에서도 전동화가 대세다. 올해 1~5월 1t 트럭 포터의 전체 판매 대수 중 포터 일렉트릭은 29.1%의 비중을 차지했다. 봉고는 총판매량 중 전기 모델이 31.3%를 차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포터와 봉고의 경유차 모델 생산을 올해 말로 종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전통적으로 경유 차를 선호했던 유럽에서마저 전기차 판매량이 경유 차 판매량을 앞질렀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유럽 30개국 전기차 판매량은 55만9733대로 같은 기간 경유 차 판매량(55만391대)을 1만대 이상 웃돌았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