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이나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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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脫중국, 위기 부를 수도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조 바이든 정부에까지 이어진 차이나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의 초점은 세계 공급망 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해, 향후 중국이 어떤 위협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서방 경제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즉 중국과의 분리 혹은 단절 전략이다.
준비된 '위험 최소화전략' 필요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이런 ‘차이나 디커플링’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경제는 중국산 소비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런 중국과의 ‘분리 전략’ 혹은 ‘단절 전략’이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부문은 ‘안보 및 첨단 산업 중 미국이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필수적인 부문’에 국한되고 있다. 즉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산업, 핵심 광물, 기타 군사 및 전략적 산업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부문이 해당한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핵심 전략 부문에서도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 전략보다는 ‘중국발 위험 최소화(De-risking) 전략’이 마치 유행어처럼 대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중국발 위험 최소화 전략은 기존 중국과의 단절 전략과 구분되는 새로운 접근처럼 들리지만, 정작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는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는 ‘중국 억압’ 혹은 ‘중국 회피’ 전략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더욱 애매한 것은 중국발 위험 최소화 전략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컨센서스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각국의 필요에 따라 각각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향후 국제 공급망 구조 재편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개념이라는 비판도 늘고 있다.
먼저 중국과의 단절 전략이라는 개념이 빠르게 퇴조하는 배경에는, 세계 제2의 경제권이며 미국 소비재의 절대 부분을 생산하는 중국 경제와의 단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심지어 미국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첨단 반도체와 AI산업, 핵심 광물 부문 등 전략적 부문에서도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은 오히려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비판이 미국 경제계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에 비해 대중국 교역 의존도가 훨씬 높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과의 단절 전략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위험 최소화 전략’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 최소화 전략은 위험에 노출된 모든 개인과 기업, 국가가 당연히 취해야 하는 합리적 전략이다. 즉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황에서 올바른 투자전략은 위험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전략이어야 한다. 핵심 광물 조달 및 국제 공급망 관리에서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변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중국산 핵심 광물과 소재에 대한 물리적 및 기술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탈중국을 선언하고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발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발 위험 최소화 전략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탈중국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위험 최소화 전략은 중국산 핵심 광물과 중국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신기술 개발과 그에 기초한 신물질 개발 능력을 갖추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