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경기 침체론자들 어디로…"미국 침체시계 리셋"

침체 전망 무색하게 하는 경제지표에 IPO도 시작
주택시장호전,소득증가,재고소진과 정부부양책에 기업투자 증가

그간 미연준의 금리 인상을 비판하면서 경기침체가 곧 닥칠 것이라고 주장해온 월가의 수많은 전략가와 경제학자들의 목소리가 줄고 침체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국 경제는 “지금 강하다”며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미연준이 작년 3월 이후로 지금까지 현재 5%까지 금리를 올렸음에도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은 모두 예상해온 경기 침체 전망을 벗어나는 것들이다.전 날 컨퍼런스 보드가 발표한 소비자 신뢰지수는 경제학자들의 예상을 벗어나 17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온 기업의 내구재 주문도 5월에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심지어 기업의 투자 지표도 0.7% 늘면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작년 하반기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올해 상반기에 미국 G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제 애틀랜타 연준은 2분기에 미국의 GDP가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말 일부 기술 대기업과 금융 회사의 대규모 정리 해고에도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1년 가까이 침체됐던 IPO 시장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가장 큰 중고품 매장 운영업체인 세이버스밸류빌리지를 포함해 천연가스압축서비스업체와 글로벌재보험업체 등 3개 기업이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된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책임 경제학자인 닐 두타는 “미국의 경제침체 시계는 리셋됐다”며 미국 경제를 낙관할 몇 가지 이유를 짚었다.

첫째로 금리에 가장 민감한 주택관련 지표에서 5월 신규 주택 판매가 급증하는 등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점을 들었다. 모기지 금리가 7%에 달하자 매물도 줄였으며 구매자들은 고금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비자 물가가 노동 시장 소득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 소비가 증가해 제품 재고가 소진되면서 기업이 재고를 채우기 위한 생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망이 개선되면서 자동차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완화된 재정 상황과 연준이 “시장의 목을 밟고 있는 것”도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 요소라고 그는 지적했다. 작년 하반기 월가 대다수가 제롬 파월과 미연준을 다가올 경기 침체의 원흉으로 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그는 약세론자들의 주장 가운데 은행의 대출이 줄고 있지만 이것이 신용 경색의 조짐이라기보다는 소득 증가에 의한 현상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초기 실업수당 청구 추이를 봐도 해고된 사람들이 곧바로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보이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스트럭쳐 펀드를 통한 상업용 부동산 부문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사무용 빌딩 건축은 상업 부동산중 일부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칩스법 등 연방정부의 부양책도 민간 부문의 투자를 밀고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그는 올해안에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며 내년에도 경기 침체를 못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전통적인 경기 침체 신호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팬데믹 이후 소비 지출 패턴의 변화를 들어 설명했다. 선행지표 데이터는 주로 제조업 집약적인 숫자들도 구성되지만 소비 지출에서 서비스 경제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 중심의 경기 상황이 경제 전반의 경기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약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면 그것이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