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많은비] '폭포수' 이수역 불안 여전…배수시설은 공사중

공사 완료 애초 6월에서 10월로 연기…서초구 "이달말까지 배수기능"
이수역은 차수판 높여 보강…시민 불안은 여전
수도권에 폭우가 내렸던 지난해 8월 지하철 7호선 이수역은 '이수 워터파크'라는 별칭이 붙었다. 당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리자 빗물이 계단을 타고 마치 폭포수처럼 지하 역사 안으로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침수'라는 표현으론 모자랄 정도였다.

장마가 막 시작된 27일 오후 찾은 서초구 방배동 이수역 부근 주민들은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면서 올해도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역 옆 방배복개도로 제2지역 노상 공영주차장 약 700m 구간에선 하수암거 공사(하수가 흘러가도록 땅속이나 구조물 밑으로 낸 도랑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배수 능력을 높여 방배동 일대의 침수를 막으려는 공사다.

배수용 하수관인 PC박스를 부지런히 내리는 작업을 하는 크레인 사이사이로 전날부터 이어진 장맛비에 생긴 물웅덩이가 보였다. 공사 안내문이 붙은 현수막과 알림판에는 공사 기간이 바뀐 흔적이 남아있었다.

애초 공사 완료 시점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6월 말이었지만 9월 말로, 다시 10월 말께로 연기됐다.

이 하수암거는 올해 장마와 폭우엔 제구실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번주부터 올해 장맛비가 시작됐지만 공사 완료 시점이 자꾸 미뤄지면서 마무리되지 않자 인근 상인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폭우 당시 오후 9시께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직원들과 물을 퍼냈다는 인근 식당 사장 A씨는 "공사를 미리 해야 했던 것 아니냐"며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여름 다 지나고 한다는 건지 속이 터지죠."
A씨는 지난해 폭우로 냉장고 2대를 버리는 등 1천만원대의 피해를 봤다고 했다.

공사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류모(43)씨는 "6월 말에 끝난다던 공사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장마가 이제 시작인데 걱정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류씨가 운영하는 카페 건물은 지난해 폭우로 지하 기계실에 물이 들어차면서 정전됐다.

공사를 시행한 서초구청 측은 "통신·전기·상수도 등 설계에 없는 지장물이 공사 중에 발견돼 공사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고 해명하면서 "하수암거 설치는 이달까지 완료해 집중호우 시 배수 기능에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폭우로 역사가 침수되고 천장 마감재가 떨어졌던 이수역에서도 시민들의 걱정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이수역에서 만난 60대 이모씨는 "올해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출퇴근 때문에 매일 같이 이수역을 이용하다 보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28)씨도 "지난해 지하철 침수로 출근길이 매우 혼잡했다"며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돼 출근길에 발이 묶이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방배동 주민 이재준(27)씨는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지난해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잘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40㎝인 차수판을 2단으로 높이고 다른 출입구와 비교해 저지대인 9번 출구 차수문 앞에 차수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이수역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차수판이 있어도 작년처럼 짧은 시간안에 집중호우가 오면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질문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당시 지원 인력 약 90명을 투입했지만 초기 대응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역 직원, 자회사 직원, 사회복무요원, 인근 민간 대응 인력 등이 공조해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역사 내 천장 마감재가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침수로 천장 마감재가 하중을 버티지 못한 것"이라며 "침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면 천장 마감재가 떨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