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 국산 '수리온 헬기' 전력화 10주년…베트남과 협력 등 국내 넘어 해외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및 생산한 수리온 헬기. /KAI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해외 시장에 국산 헬기 판로를 뚫고 있다. 헬기를 수입하던 나라에서 해외에 수출하는 나라로 거듭날 전망이다.

KAI는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베트남 VTX와 헬기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MOU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순방 기간 중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현장에서 진행됐다. KAI는 이번 순방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했다.VTX는 베트남 최대 통신기업인 비엣텔그룹 산하의 항공우주전문기업으로 항공 및 우주 장비를 개발·설계·제조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두 회사는 베트남 내 헬기 시장의 수요를 점검하고, 회전익 개발·생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향후 실무협의단,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구체화한다. 이번 협약은 베트남 헬기 시장에 국산 항공기가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 측은 향후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구영 KAI 사장은 “국내 운용실적을 통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입증받은 국산헬기를 베트남에 소개해 기쁘다”며 “베트남 시장의 헬기 수요에 대비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산업계는 두 회사의 협력을 놓고 국산 헬기의 우수성이 입증된 사례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 외국산 헬기를 ‘면허 생산(외국으로부터 권한을 양도받아 생산)’하거나 수입하던 나라였다. 하지만 KAI가 첨단 항공전자장비를 부착한 현대식 헬기인 수리온을 제조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헬기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올해는 수리온이 전력화된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육군의 항공 전력은 수리온을 도입하며 크게 달라졌다. 재래식 헬기를 대체해 조종사의 임무 수행력을 높이고 피로도를 낮췄다. 더불어 생존 가능성도 커졌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은 다양한 파생형 헬기로 개발돼 군 이외에도 경찰, 소방, 산림, 해경 등의 관용 헬기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무장헬기(LAH)가 급강하 사격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KAI 제공
수리온은 물론이고 KAI의 두 번째 헬기인 소형무장헬기(LAH)도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AH는 미래 전장 환경에 적합하도록 군의 요구성능을 반영해 제조된 최첨단 공격헬기다. LAH가 향후 군에 전력화되면 적의 기갑부대를 제압하고, 공증강습을 엄호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KAI는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기뢰(바다의 지뢰)를 탐색 및 제거하는 소해헬기도 개발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인해 러시아 헬기를 쓰고 있는 베트남 등은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국산 항공기 KT-1, T-50, FA-50 등을 이미 운용 중이라 한국산 헬기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해 폴란드, 올해 말레이시아에 FA-50을 수출한 터라 KAI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KAI 관계자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국산 헬기 수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