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언론인 아로 "허위정보 맞서 독자에게 계속 말을 걸어야"

글로벌팩트10 행사서 이틀째 기조발표
러시아 허위정보 양산 폭로후 위협 이어져 "독자들 위해 취재 계속"

"글을 계속 써야 합니다. 흥미로운 글을 써야 합니다.

"
허위정보로 서방세계를 교란해왔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에 대한 탐사보도로 전 세계 언론인의 주목을 받아온 핀란드 언론인 제시카 아로의 얘기다.

그는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국제 팩트체크 콘퍼런스 '글로벌팩트 10(Global Fact 10)' 둘째날 행사에 기조 발표자로 나서 친러시아 인터넷 트롤들의 활동을 취재했던 경험담을 소개했다. 트롤(troll)은 온라인에서 공격적이거나 불쾌한 게시글로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반감을 사게 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러시아에서 트롤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짜뉴스와 선전물을 퍼뜨리는 사람이나 기관을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제시카 아로는 러시아에 유리한 허위정보를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인터넷조사국(IRA Internet Research Agency)'을 취재해 2019년 '푸틴의 트롤 군대'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기조발표에서 구직자인 척하며 허위정보를 생산하는 러시아 단체를 직접 찾아가 잠입 취재를 시도하고 핀란드 대중으로부터 러시아 허위정보 유포 관련 사례들을 수집하려고 했던 자신의 취재 경험을 자세히 소개했다.

국제여성미디어재단(IWMF)에 따르면 제시카 아로는 러시아의 허위정보 생산 의혹을 파헤치려는 활동으로 인해 공격을 받아왔다.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나에 대한 허위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포돼 핀란드 경찰에서 이를 실제적 위협으로 인정했다"며 "위협을 피해서 2년 정도 해외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괴롭힘이 일상이 되어 이제는 신경 쓰지 않지만 더 이상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두렵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핀란드 독자들은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위협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 모인 각국의 팩트체커들이 그의 용기에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자, 그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언론인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서 "글을 계속 써야 한다.

흥미로운 글을 써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허위정보를 생산하는 미디어를 계속 구독하는 독자들을 향해서도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9년 미국 국무부로부터 '국제 용기 있는 여성상'을 받을 뻔했다.

그러나 수상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상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팩트 10'은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대 팩트체크 콘퍼런스다. 올해는 75여 개국에서 550여명이 참가했으며 지난 28일 개막해 30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