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서 최소 20년 운영 개 도살장 또 적발…동물 학대 흔적 다수(종합)

'죽을 날' 기다리던 35마리 구조·인계…익산시 "유기동물센터서 보호"
전북 익산에서 불법으로 운영돼온 개 도살장이 또 적발됐다. 29일 동물권단체 '케어&와치독'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도살장 업주 A씨가 도살장에서 불법을 자행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관련 제보를 입수한 단체는 전날부터 주변에서 잠복하다가 이날 A씨가 개 2마리를 차에 싣고 와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단체 활동가들이 도살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이미 개 2마리는 죽은 상태였다. 도살장 바닥에는 동물의 피가 흥건했고 냉장고에서 수많은 동물 사체가 발견됐다고 단체는 전했다.

단체는 좁디좁은 사각의 철창에서 '죽음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개 35마리를 구조, 지자체에 인계했다.

A씨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도 받아내고 그를 경찰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A씨는 최소 20년 동안 이곳에서 개 도살장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단체는 이달 초 충남 천안에서도 30여년 동안 운영되던 개 도살장을 적발하고 구조한 개 68마리를 지자체에 넘긴 바 있다.

케어&와치독 활동가는 "익산 도살장에서 발견한 동물의 수와 사체 등을 미뤄보면 상당히 규모 있게 운영되던 도살장"이라며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개 도살을 동물 학대로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도 여전히 도처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산시는 단체로부터 넘겨받은 개 35마리를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한동안 임시 보호하고 입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또 도살장 업주를 상대로 불법 행위 근절을 강조하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계도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도살장은 애초 불법이고 인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장을 폐쇄하는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법적 근거는 없다"며 "다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