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급물살…보호출산제는 찬반 논란 여전

시민단체 "위기 여성 지원 등 근본 해법 우선돼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비극적으로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출생통보제 입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당정이 '병행도입' 추진을 밝힌 보호출산제는 팽팽한 찬반양론 속에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 신고를 누락해 미신고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여야 모두 법안 도입의 시급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30일 국회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아 유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나온 또 다른 법안인 보호출산제는 '익명 출산제', '비밀 출산제'라고도 불리며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7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호출산제 도입 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출생통보제 입법 이후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모나 미성년자 임산부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고 출산해도 정부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을 신고하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될 경우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유기하는 부작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보완책으로 이 제도를 들고 나왔다.

보호출산제를 지지하는 쪽은 이 제도가 산모의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보호하고, 산모가 아이를 의료기관에서 낳을 수 있도록 유도해 생명을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보호출산제가 산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비밀로 만들어 아동의 알권리를 박탈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보호출산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생모와 생부가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와 자녀의 알 권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김미애(국민의힘)·조오섭(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법안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보고했다.

복지부가 지난 27일 제안한 수정안에 따르면 보호출산을 신청한 임신부는 본인과 생부의 성명·본·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유전적 질환 및 기타 건강상태·신청인이 아동에게 지어준 성명, 보호출산을 선택한 계기 등의 정보를 기재한 '보호출산증서'를 작성해야 한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사람은 아동권리보장원 장에게 자신의 보호출산증서 공개를 청구할 수 있고, 청구를 받은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신청인 및 생부의 동의를 받아 보호출산증서를 지체없이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보호출산을 원하는 임신부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각종 사회보장급여 및 지원 정책을 알리고, 양육 및 친권 포기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 아동이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러한 수정안도 보호출산제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시민연대체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와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마의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동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출산을 선택한 여성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고 보호출산제 논의는 매우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실은 "보호출산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해야 하는 건데 (위기 임신 여성 지원책 등) 다른 것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태로 보호출산제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호출산제와 대응되는 정책이나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