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후시장 상가 투자…아파트 받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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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30곳 정비 추진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주택을 받을 수 있는 시장 정비사업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만 30개 시장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는 강남구 대치동과 서초구 방배동 등 주요 지역도 포함돼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다. 일각에서는 상인과의 갈등, 소유권 분쟁 등으로 사업 진행이 더딜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남·새석관시장 등 공사 중
방배남부시장은 주상복합으로
주택보다 규제허들 낮아 주목
"사업 지연 등 꼼꼼히 살펴야"
○서울 30개 시장 정비사업 추진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정비사업이 진행돼 공사 단계에 접어든 시장은 다섯 곳이다. 동대문구 용두동 동부청과시장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로 탈바꿈해 올해 부분 준공 후 입주한 상태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모래내·서중 양대시장은 지난해 ‘DMC 금호 리첸시아’로 정비해 건물 준공 후 입주하고 일부 기반시설 공사 등을 남겨두고 있다. 영등포구 양평동 양남시장과 성북구 석관동 새석관시장 등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관악구 봉천동 당곡시장은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된 뒤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강남·서초구 등에서도 시장 재정비사업이 한창이다. 알짜 부지 시장을 재정비해 주상복합으로 개발한다는 소식에 실수요자의 관심이 크다. 지난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서초구 방배동 방배남부종합시장은 최고 14층 높이의 주상복합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같은 동 방배중앙시장은 최고 10층 건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강남구에서는 대치동 남서울종합시장과 논현동 논현종합시장이 각각 14층, 10층 규모의 주상복합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이처럼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접어든 시장은 열 곳이다. 사업추진계획 승인 단계인 시장 다섯 곳과 서울시에 정비사업을 신청(협의 진행)한 시장 열 곳 등이 주상복합으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남서울종합시장 재정비사업은 대치동에서 주상복합으로 탄생할 전망이어서 시장 정비사업의 ‘대어’로 꼽힌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붙어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대치초, 대청중, 단대부고 등 유명 학교와 학원가가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1단지’와 ‘한보 은마아파트’ 등 주요 아파트 단지가 인접해 있다.
○주택보다 규제 적어
최근 시장 정비사업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일반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규제 허들이 낮은 데다 사업성이 좋은 지역 노른자위 시장이 개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주택이 아닌 상가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주택 관련 규제나 세금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현행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는 시장 정비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특례 등이 규정돼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아니라 전통시장 특별법에 기반을 두고 있어 동의율 요건이나 용적률 인센티브 등이 일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비해 유리하다. 시장 정비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의 60% 동의로 조합 설립을 추진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75%)보다 15%포인트 낮다. 용적률은 인센티브를 적용받아 최대 500%까지 가능하다.
주택 수가 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동산 세금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의미다. 주택이 없는 상태에서 상가에 투자한다면 주택 청약 조건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시장 상인과 토지 소유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것은 고려할 점이다. 전문가들은 상가 투자 때 현장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시장 정비사업은 아직 성공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며 “토지 소유자는 정비사업에 찬성하지만, 시장 상인의 반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권이 침체한 시장일수록 정비사업 추진이 비교적 무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