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살마긴 오치르바트 "韓·몽골 경제교류 가능성 무궁무진…삼성 진출 희망"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초대 몽골 대통령 인터뷰

몽골은 10대 세계 자원 부국
한국의 첨단기술과 융합하면
'윈윈 경제' 틀 갖출 수 있을 것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몽골 초대 대통령이 지난 23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몽골리아 원코리아 국제포럼’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과 같은 한국 굴지의 기업이 몽골에 들어와 사업하길 바랍니다.”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전 몽골 대통령(81)은 지난 23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2023 몽골리아 원코리아 국제포럼’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몽골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삼성전자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 같다”며 “삼성과 경제 협력하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부터 8년간 몽골 초대 대통령을 지냈다.

○양국의 자원과 기술 융합해야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비영리 민간단체(NGO)인 글로벌피스재단(GPF) 등과 함께 이번 포럼을 공동 주최한 블루배너의 회장을 맡고 있다. 2005년 설립된 블루배너는 국제사회에 핵무기 비확산을 촉구하는 NGO다.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1990년 한국과 몽골 양국은 수교를 맺었다.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올해로 33주년을 맞은 양국 수교 의미에 대해 “한국에서 많은 몽골인이 일하고 있고, 그곳에서 번 돈을 몽골로 가져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양국이 경제 교류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또 “몽골은 10대 세계 자원 부국”이라며 “한국 첨단 기술을 몽골 자원과 융합해 서로 윈윈하는 경제 틀을 갖추면 세계적인 교류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몽골에 생산법인이나 판매법인을 두고 있지 않은 삼성전자의 진출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한진그룹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은 1992년 한국과 몽골 간 경제 교류와 항공 발전을 위해 B727 항공기 한 대를 몽골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한진그룹과의 협력 이후 몽골의 물류가 강화됐다”고 전했다.

○한국, 유학 많이 보내 경제 발전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00달러가 채 안 됐는데 이제는 3만달러가 넘는 나라가 됐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 스토리에 주목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몽골을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의 다섯 번째 호랑이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며 “하지만 1990년대 초 1000달러를 밑돌았던 몽골의 1인당 GDP는 아직 500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비결에 대해서는 “수출 지향적인 경제 틀을 구축했고 이를 토대로 외국 자본을 많이 유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젊은 사람을 많이 유학시켰다”며 “몽골의 발전 속도가 더딘 것은 지난 30여 년간 인재를 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앞으로 몽골이 세계 경제에 더 많이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적인 표준에 맞는 상품을 제작해 수출하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몽골에 들어오도록 해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北, 열망 있으면 바뀔 수 있어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1990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민주주의 노선을 채택했다. 1992년 신헌법을 제정해 70여 년간 유지한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 도입과 개방을 이끌었다. 그는 “자유와 사유 재산이 허락되지 않는 공산주의 체제는 당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체제에도 변화가 있겠냐는 질문에는 “체제 전환은 그들(북한)의 선택이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수입하고 수출하는 게 아니다”며 “체제를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울란바토르=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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