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차관 절반이 '尹의 비서관'…"이권 카르텔과 맞서 싸워달라"

尹정부 첫 개각
집권 2년차 개혁 드라이브

국토·환경 등 '이권 논란' 부처 배치
尹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들
가차 없이 엄단해 달라" 주문

尹, 김규현 국정원장에 헌신 당부
일각서 제기된 경질설 사실상 일축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집권 2년 차를 대비하기 위해 정무직 개편을 단행했다. 대통령실 비서관 다섯 명을 부처 차관으로 전진 배치한 게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사 발표 후 차관으로 내정된 비서관 다섯 명을 따로 만나 “이권 카르텔을 깨는 게 우리 정부의 국정 방향이니 과감하게 맞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을 환경부 차관에, 김오진 관리비서관을 국토교통부 1차관에,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을 국토교통부 2차관에,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을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임명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으로 보내기도 했다.대통령실 비서관은 각 부처 차관과 소통하면서 대통령 및 수석이 강조하는 국정과제가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서관은 내가 임명한 용산의 장관”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집권 2년 차를 맞이해 개혁 동력을 얻을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좀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부처에 가서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들 다섯 명의 차관 내정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당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권리와 지위가 아닌, 끼리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이를 깨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자 국민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패한 이권 카르텔을 외면하거나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를 가차 없이 엄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 맡게 될 부처 대부분은 최근 카르텔 관련 논란이 있는 곳이다. 국토부의 건설사 벌떼입찰, 건설노조 카르텔 등이 대표적이다. 환경부 역시 태양광 등 친환경 카르텔 문제가 걸려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28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비효율을 지적하는 등 ‘연구비 카르텔’을 해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역할은 과기정통부 1차관 소관이다.윤 대통령은 또 이날 기획재정부 2차관에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을, 외교부 2차관에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를, 통일부 차관에 문승현 주태국 대사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를,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한훈 통계청장을, 고용노동부 차관에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 오기웅 중기부 기획조정실장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에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전임교수를 임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및 주요 간부로부터 국정원 조직 정비에 대한 보고를 받고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김 원장 경질설을 일축하고 신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도병욱/오형주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