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 "킬러문항 기준 모호하고 추상적…현장 혼란 가중"

"킬러문항으로 꼽힌 수학 9문제 중 3문제는 지적에 동의 못 해"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평가의 '킬러 문항'(고난도 문항) 사례를 두고 교육 시민단체가 기준이 추상적이라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9일 서울 용산구 사걱세 회의실에서 '무엇이 킬러 문항인가?' 킬러문항 기준 논란, 종지부를 찍다' 토론회를 열고 현장 교사들과 킬러 문항으로 꼽힌 수학 문제 9개를 분석한 결과 킬러 문항으로 보기 어려운 문제 3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령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수학 '미적분'의 22번 문항의 경우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킬러 문항으로 꼽혔는데, 사걱세는 이 문제의 논리적인 연결성이 강하기 때문에 킬러 문항까지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수능 수학 '확률과 통계' 30번 문항도 풀이에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킬러 문항으로 판정이 났는데, 사걱세는 "경우의 수 문제에서 이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걱세는 교육부가 발표한 킬러 문항의 근거가 ▲ 문제 해결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거나 실수를 유발 ▲ 3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돼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 ▲ 상당히 고차원적 접근 방식 요구로 공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움 ▲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나 심화학습에 따른 유불리 발생 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걱세는 "킬러 문항에 대한 단편적이고 추상적인 문구에 그쳐서 이 근거를 본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없다'였다"며 "문구도 애매모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우진아 매천고 교사는 "킬러 문항은 공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근거로 '문제해결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거나 '고차원적 접근이 요구된다' 등 모호한 기준을 교육부는 제시했다"며 "그리고 공교육으로 학생이 해결할 수 있는 변별력 있는 문항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영 경기과학고 교사는 "교육부가 킬러 문항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모호해 학교 현장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도리어 수학 교사들의 반발과 불신을 가져왔다"며 "킬러 문항은 정답률이 낮은 문항이라 보는 것인지, 그렇다면 이를 배제해 모든 문항의 정답률을 높이면 특정 학생을 어떻게 선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사걱세는 교육과정 내 출제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교육부의 '국가 교육과정 문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별고사의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분석 보고서'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