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주택매물 5개월 새 82% 급증…中 부동산 폭락 오나
입력
수정
중국 경제 떠받치는 부동산 시장, 침체 오나
코로나 통제에 미뤄둔 결혼·이사 위해 주택 팔아
베이징 등 13개 도시 매물, 작년 대비 25% 늘어
저출생 인구 감소와 외국인 이탈로 수요도 위축
노무라 "베이징·선전 등 4대 시장 수요 우려"
중국 인민은행 예금자 설문조사에선
"집값 내린다" 응답이 "오른다"보다 많아져
정부 경기부양책 "완만할 것" 전망도 나와
중국 대도시에서 주택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통제기간 억눌린 이사·결혼 등이 증가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中 경제 정상화에 매물 쏟아져
29일(현지시간)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인 E하우스 차이나연구소에 따르면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 중국 13개 주요 도시의 지난달 기존주택 매물은 지난해 12월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는 82%, 우한은 72% 늘었다. WSJ는 이같은 주택 매물 증가를 "코로나19 팬데믹 통제 기간 이후 중국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인들이 지난 2년여 간 제로코로나 통제로 미뤄왔던 결혼, 출산, 이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주택을 팔고 있다는 설명이다.문제는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부동산업체인 센타라인 프로퍼티에 따르면 5월 상하이 주택 거래 건수는 3월(2만4000건)에 비해 36% 감소한 1만5300건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상하이가 주택 거래량 급감으로 인해 다시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죽음의 나선'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르투갈 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상하이 주민 장다웨이(38)씨는 "여러 중개업자로부터 '매물이 너무 많고 관심 있는 구매자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자신감이 없다면 집값은 더 오를 수 없다. 이런 일이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다. 중국 주요 대도시 인구가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가 외국인들도 빠져나간 결과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의 4대 부동산 시장으로 꼽히는 상하이, 베이징, 선전, 광저우의 수요 수준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집값 내린다 >오른다 … 소비자 심리 역전
이러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인민은행이 30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예금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7%는 올해 3분기 중국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분기 조사(14.4%)보다 높은 수치다. 집값이 오른다고 응답한 사람은 지난 조사(18.5%)보다 줄어든 16%로 집계됐다. 집값이 오른다는 사람보다 내린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응답자 54.2%는 집값이 전 분기와 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부동산 수요 약세는 철강, 유리, 건설장비 등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5월 중국 굴삭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44% 감소했다. 중국 철강 데이터업체인 마이스틸에 따르면 지난달 콘크리트 보강에 사용되는 HBR400 20㎜ 철근 가격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4월 이래 가장 낮은 3510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위축을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 출신의 주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지난 28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총회에서 "중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것 같다"고 밝혔다. 주 부총재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상 최고치로 오른 중국 부채비율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완만한 경기부양책'만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