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승격 50년…옛 복숭아마을서 첨단 자족도시 꿈꾼다

1973년 인구 6만5천명→78만명…대장신도시에 SK 계열사 유치
경기도 부천시가 다음달 1일 시 승격 50주년을 맞는다. 50년 전인 1970년대에만 해도 부천은 온통 복숭아나무밭이었지만 이후 택지개발 사업을 거치면서 신도시를 품었고, 지금은 80만명 가까이 사는 수도권 주요 도시로 성장했다.

이제는 각종 문화 기반을 산업화하고 대기업 계열사를 유치해 첨단 자족도시로 도약할 꿈을 꾸고 있다.

◇ 1970년대 부천은 온통 복숭아나무밭
30일 부천시에 따르면 부천군은 1973년 7월 1일 부천시로 승격했다.

당시 부천군은 현재의 인천 덕적도와 경기 안산 대부도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지금 부천시보다 면적이 넓었다.

부천은 시 승격 후 1975년 김포군 오정면(현 대장·도당동 등)을, 1983년 시흥군 소래읍 일부(현 옥길·계수동)를 편입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시 승격 초기인 1970년대 부천 일대에는 복숭아나무밭이 많았다.

지금의 경인전철(서울지하철 1호선) 중동역·송내역 일대와 성주산 자락에 복숭아 과수원이 들어서 있었다.

과수원에서 딴 제철 복숭아를 파는 가게가 경인고속도로 주변에 길게 늘어섰다. 상인들은 흰 대형 천막을 치고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복숭아를 팔았다.

부천 토박이인 권순호 부천문화원장은 "그때는 복숭아가 비싸서 두루 먹는 과일은 아니었다"며 "비가 오면 당도가 떨어지니 상인들이 과수원에서 싸게 복숭아를 받아와 경인고속도로와 소사역 주변 노점상에서 팔았다"고 기억했다.

흔히 부천을 부르는 '복사골'이라는 별칭도 복사꽃(복숭아나무꽃)이 많이 피는 마을이라는 의미다.

◇ 1990년대 중동신도시 건설…한때 인구 86만명
1967년 경인고속도로가 완공되고 1974년 경인국철이 서울지하철 1호선에 편입돼 전철로 바뀌면서 '복숭아 마을' 부천으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과 가까운 데다 집값과 땅값도 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밀려난 주변인들이 화려한 경제개발의 어두운 그늘에서 고군분투하는 곳이 당시 부천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부천은 차츰 도시 외형을 갖췄다.

1970∼1980년대 부천의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15%를 넘을 정도였다.

이는 같은 시기 3%대인 서울과 다른 수도권 지역의 5배를 웃도는 수치였다.

1986년 부천시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서며 계획인구보다 14만명을 초과했고 2년 뒤에는 60만명에 육박했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자 노태우 정부는 1990년부터 5년 동안 17만명을 수용하는 부천 중동지구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된 중동신도시 사업이 마무리되자 조용했던 논밭은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밀집한 신도시로 변모했다.

50년 전 부천시로 승격될 당시 6만5천여명이던 인구는 2013년 86만명을 넘어섰고, 이제 부천은 수도권 주요 도시로 성장했다.

◇ 부천 원도심·산업단지 쇠퇴…각종 규제도 발목
지난해 기준 부천의 인구 밀도는 1㎢당 1만5천700명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이런 인적 자원을 활용할 일자리는 아직도 많지 않다.

부천에 '베드타운' 이미지가 짙은 이유다.

최근 몇 년간 부천 원도심과 전통 제조업 산업단지가 쇠퇴하면서 사람들이 인근 인천이나 김포로 옮겨갔고, 기업마저도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2013년 86만명대를 기록한 부천시 인구는 이후 계속 줄어 지난해에는 8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5월 현재는 78만7천명이다.

부천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있다.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 법률'에 따라 공장 신설도 규제를 받는다.

부천시 관계자는 "부천이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개별 사업들이 파편적으로 진행됐고 신도시와 원도심의 불균형 문제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선 8기가 들어선 지금은 도시계획을 하나의 그림처럼 기획해 균형 잡힌 도시공간을 만들고 자족 기능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 계열사 유치…첨단 자족도시 목표
부천시는 3기 대장신도시를 친환경 기술 첨단산업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SK그룹은 2027년까지 이곳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R&D) 단지를 짓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 분야의 핵심 계열사 7곳이 부천에 모인다.

차세대 반도체와 신재생에너지 등을 개발할 석·박사급 3천명도 근무한다.

또 세계 2위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기업인 온세미(onsemi)의 차세대 비메모리 전력반도체 연구소도 부천에 들어선다.

온세미는 2025년까지 부천에 1조4천억원을 투자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를 연구·개발하고 제조시설도 설립할 예정이다.

일자리 500개가 새로 생기고 중소 협력업체 80곳의 매출도 1천9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2017년 유네스코(UNESCO)의 '문학 창의 도시'로 선정된 부천은 각종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문화의 산업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50년 전 복숭아 마을로 불리던 부천이 첨단산업과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자족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며 "부천이 지닌 강한 역동성을 바탕으로 주거·산업·환경·문화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