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 보류…"렌털 사업에 집중"

최진환 사장 "더 잘할 수 있는 업체 있어
투자 필요 없다 판단…당분간 진출 유보"
롯데렌터카 제주 오토하우스. 롯데렌탈 제공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이 중고차 소매업 진출 계획을 사실상 접는다. 대신 신차에 집중됐던 렌털 사업을 중고차와 상용차로 확대하기로 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전날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한 '2023 CEO(최고경영자) IR 데이'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최진환 롯데렌탈 사장은 이 자리에서 "중고차 B2C 매매는 작년까지 준비해왔던 신사업이었지만 당분간 산업 진출을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중소기업벤처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허용하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사업을 준비해왔다. 장·단기 렌터카로 활용하다 자동차 경매장이나 중고차 도매업자들에게 넘기던 차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렌터카들은 보통 3~5년 정도 되면 중고차로 매각된다. 롯데렌탈은 매년 5만~6만대를 자사 자동차 경매장인 롯데오토옥션을 통해 판매해왔다.

하지만 올 10월 사업을 시작하는 현대차를 시작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인증 중고차 판매에 뛰어들자 롯데렌탈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최 사장은 "당사에도 전략적 우위가 있지만 브랜드 업체 등 더 잘할 수 있는 업체가 있어 (중고차 소매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보유 자산을 중고차 렌탈 사업으로 활용하는 게 B2C 매각 확대보다 수익이나 전략적 역량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으로는 (대기업의 중고차 소매업 진출이) 합의가 되었다고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충분히 합의 이뤄진 상황이 아니다"라며 "사업 전략 및 사회 상생을 위해 유보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상장할 때만 해도 중고차 소매업이 신사업의 청사진으로 제시됐었지만 구체화 단계에서 여러 제약이 많아 사실상 답보 상태였다"며 "그 사이 CEO도 교체되면서 사업 전략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올 2월 롯데렌탈 CEO로 선임됐다. 그는 취임 후 "올해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혀왔다. 롯데렌탈은 대신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렌털 사업 포트폴리오를 승용 중고차와 상용차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롯데렌탈은 신차 승용차 시장에만 집중해 왔다.

앞으로는 반납받은 장기렌터카를 중고차로 넘기는 대신 다시 렌터카로 활용한다. 롯데렌탈은 중고 렌터카 사업이 신차보다 약 네 배 높은 자산수익률(ROA)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상용차 렌털은 향후 5년간 5~6배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 상용차 시장을 겨냥한다.

해외 사업도 확대한다. 이미 진출해 있는 베트남·태국 단기렌터카 사업을 확장하고 일본·미국 등 국내 관과액이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신규 진출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 매출 3조6700억원, 영업이익은 49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59% 증가한 규모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