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앞으로 헤쳐모여!"…폭스바겐까지 전기차 충전규격 따라온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충전시스템이 미국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도 테슬라 전기차 전용 수퍼차저(급속 충전기)에 사용되는 북미충전규격기준(NACS)을 따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테슬라의 NACS가 스마트폰 충전 분야에서의 'C타입'처럼 결국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폭스바겐은 29일(현지시간) "폭스바겐 그룹과 그 산하 브랜드는 현재 북미 고객을 위해 테슬라 NACS의 구현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테슬라와의 '충전 동맹'에 합류한데 이어 리비안과 볼보도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렉서스와 스텔란티스 등도 NACS 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폭스바겐 산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사업부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약 4000개의 충전기를 갖춘 850개 이상의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지난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만6000대 가량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의 7900대 대비 대폭 늘었다. 폭스바겐 측은 "NACS 전환 기간 동안에도 고객들에게 그간 사용됐던 복합 충전 시스템(CCS) 커넥터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완성차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는 소식에 차지포인트 등 미국의 중소 충전전문업체들 역시 앞다퉈 NACS 도입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에 폭스바겐까지 테슬라와 손을 잡는다면 포드와 GM을 비롯해 글로벌 대표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테슬라의 영향권에 속하게 된다"고 전했다. 테슬라와 포드, GM는 미국 전기차 시장 1~3위 업체다. 세 곳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충전시설도 핵심 시장이다. 북미 지역의 충전기는 총 13만여개에 이르지만, 원활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30분만에 완충이 가능한 급속 충전 설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북미 지역에 1만9000개 가량 설치돼 있다. 북미 지역 급속 충전기 3만2000개 중 60%에 달한다. 테슬라 NACS가 '미국 표준'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이미 조성돼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원활한 전기차 전환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50만개의 충전기가 설치돼야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보조금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1년 11월 발효시킨 인프라법을 통해 전기차 충전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총 75억달러의 보조금을 할당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표준 규격을 채택해야 전기차 충전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그동안 북미 지역에서는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와 충전전문업체들이 CCS1 규격의 DC콤보 충전기를 써왔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테슬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었다.다만 미 정부는 당시 테슬라에 '살 길'을 열어줬다. 백악관은 "공적 자금이 지원되는 전기차 충전시설은 모든 운전자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테슬라가 급속 충전기를 타사 전기차에 개방하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테슬라는 자사 충전기를 비(非)테슬라 차량에 개방하기로 하는 동시에, 자체 규격 NACS가 미국의 새 표준 규격으로 자리잡도록 총력전을 기울였다. 최근 잇따른 NACS 동맹 체결 소식은 테슬라가 내건 정면 승부수의 승전보란 분석이다.

이날 마켓워치는 "테슬라 주가에 또 다른 대형 기폭제가 기다리고 있다"며 "이달 말 분기별 차량 판매 실적이 공개된다"고 전했다. 팩트셋 조사에서 테슬라는 올해 2분기에 44만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예상됐다. 대부분 모델3, 모델Y 소형 SUV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산됐다. RBC 캐피털마켓의 톰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2분기 판매 실적을 43만8000대로 예측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