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 위상 떨어졌다지만…한국 연주자들 쾌거

바이올린·첼로 기악부문 첫 우승…8명 입상한 역대 최고 성적
WFIMC 회원 자격 박탈에 위상 타격…세계 클래식 업계 주목도는 여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 연주자 8명이 모두 입상하고, 기악 부문에서 첫 우승자를 배출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다만 주최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대회의 위상이 타격을 받으면서 콩쿠르를 준비하며 피와 땀을 쏟았을 연주자들의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29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제17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195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창설된 65년 전통의 대회로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뽑힌다.지금은 지휘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정명훈이 1974년 피아노 부문 2위로 한국인으로는 처음 입상했을 때는 김포공항부터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할 정도였고, 최근 K-클래식을 주도하고 있는 손열음(2011년 2위), 조성진(2011년 3위) 등도 이 대회를 거쳤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이 지난해 4월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며 위상에 타격을 받았다.

한국 병무청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제외해 우승하더라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다.여기에 대회 홈페이지에는 푸틴 대통령의 대회 개최 축하와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메시지가 게재돼 있어 클래식 업계 일각에서는 대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자체가 러시아 출신 우승자를 많이 배출한 대회이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목관, 금관 6개 부문 결선 진출자의 국적이 확연히 특정 국가에 편향된 경향을 보였다.

결선 진출자 총 50명 가운데 러시아 출신이 28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중국과 한국이 각각 8명씩 진출해 다음으로 많았다.서방 국가 참가자로는 미국 1명(피아노), 영국 1명(피아노), 이탈리아 1명(목관), 프랑스 1명(금관)이 결선에 올랐다.

이 밖에 벨라루스 1명(성악), 카자흐스탄 1명(금관)이 경쟁했다.
그럼에도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역량 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배출해온 역사 깊은 대회인 데다 여전히 클래식 업계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회에서 이름을 알리면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유명 콘서트홀에서 데뷔할 기회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이번 대회 역시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참가자들의 경연 영상을 온라인으로 관람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피아노 부문 결선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가 6만8천회를 넘었다.

어수선한 대회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 연주자들은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한껏 발휘하며 높게만 느껴지던 기악 부문 우승의 벽을 넘는 성과를 냈다.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김계희가 러시아 참가자 3명, 중국 참가자 2명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고, 첼로 부문에서는 러시아 참가자 3명, 한국 참가자 3명이 경합을 벌인 가운데 이영은이 1위, 박상혁이 3위, 이동열이 5위를 차지했다.성악 부문은 테너 최현수(1990년), 소프라노 서선영(2011년), 베이스 박종민(2011년)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한국이 강세를 보였던 부문으로 올해도 테너 손지훈이 1등을 차지했고, 베이스 정인호도 공동 2위로 영광을 안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