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도 성폭력·학폭 피해자 의견청취 도입"

대법원 '행정소송규칙' 제정 추진
사진=연합뉴스
성폭력 및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에서 피해자이지만 소송의 당사자는 아닌 사람도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주어진다.

대법원은 당사자소송 대상을 구체화하고 피해자 의견 청취 절차를 마련하는 등 행정재판의 편의성과 적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소송규칙' 제정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대법원은 행정재판이 1998년 2심제에서 3심제로 바뀐 이후 25년 동안 축적된 재판 경험과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정소송규칙 제정안을 마련했다. 이 제정안은 △국민의 예측 가능성 제고 △국민의 사법 접근성 강화 △명령·규칙 심사의 합리화 △재판 실무상 유용한 제도의 명문화를 주요 방향으로 한 세부 내용을 담았다.

우선 국민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대법원 판례로 당사자소송임이 확인된 사례를 명시해 당사자소송의 대상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당사자소송이란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의 소송을 말한다. 민사소송으로 제기되는 '과세처분의 무효 또는 부존재 등을 원인으로 한 과오납세금 부당이득 반환청구'는 전문성 등을 고려해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하도록 한다.

또 집행정지의 종기를 '본안판결 선고일부터 30일까지'로 정하는 재판 실무를 규칙에 반영한다. 답변서 제출도 소장 송달일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 제출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하고, 답변서의 기재 사항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국민의 사법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피해자 의견 청취를 도입한다. 행정소송의 당사자가 아니어도 처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성폭력 피해자, 성희롱 피해자,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에게 행정소송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또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지역본부 등 공공단체의 사무소 소재지나 관련 부동산 소재지의 행정법원에도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재판관할 규칙도 제정안에 담았다.

명령·규칙 심사의 합리화를 위해선 소관 행정청에 관련 소송이 계속 중인 사실을 통지하고,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 소송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한다. 판결 확정 후에도 소관 행정청에 그 취지를 통보하도록 해, 명령·규칙의 정비를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조정 권고, 처분 사유의 추가·변경, 비공개 정보의 열람·심사, 행정청의 비공개 처리 등 재판 실무상 유용한 제도를 새 규칙에 명문화하기로 했다.대법원은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등 관계기관에서 행정소송규칙 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실시했다. 다음달 21일 예정된 '서울행정법원 개원 25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에서도 제정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이날부터 오는 8월 9일까지 행정소송규칙의 입법예고 기간을 실시한다. 이후 국민 의견을 반영한 제정안을 최종 확정해 대법관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행정소송규칙 제정의 필요성은 2016년 10월 열린 행정재판 발전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제기됐다. 이후 법원행정처, 서울행정법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행정소송규칙 제정연구반'을 설치해 본격적으로 제정안을 마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