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치힐 울렁증 탈출' 이주미, 용평오픈 1R 8언더파 맹타

올해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주미는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이라면 겁부터 났다.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6번 출전해 2021년에 딱 한 번만 컷 통과에 성공했다. 그나마 순위는 공동 50위에 그쳤다.

버치힐 컨트리클럽에서 13라운드를 치른 이주미는 평균타수가 75.61타에 이른다.

13라운드 가운데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낸 건 2번뿐이다. 2016년에는 1라운드 78타, 2라운드 83타를 치고 컷 탈락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첫날 79타, 둘째 날 76타를 써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랬던 이주미가 30일 버치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보기는 하나도 없이 버디 8개를 잡아내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8언더파 64타는 2017년 이 대회 3라운드 때 최혜진이 적어낸 코스 레코드(9언더파 63타)에 1타 모자라지만 이주미 개인 18홀 최소타 기록이다.

이주미는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스코어로 경기를 마쳐 기분이 매우 좋다"면서 "버치힐에서 했던 경기 중 베스트다. 100점을 줘도 좋다고 기뻐했다.

버치힐 컨트리클럽에서 툭하면 70대 중후반 타수를 치던 이주미가 이런 놀라운 스코어를 낸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 코스에서는 늘 아이언 거리를 잘 맞추지 못해서 항상 그린을 넘어가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주미는 "올해는 보이는 거리에 비해 짧은 클럽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버치힐 컨트리클럽은 해발 700m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해 선수들은 거리를 맞추는 데 애를 먹는 편이다.

박민지에 이어 이번 두 번째로 2승 고지에 오를 발판을 마련한 이주미는 "처음 우승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퍼트도 들어가고 그랬는데 오늘은 샷이 워낙 좋아서 버디 기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버치힐 울렁증'을 벗어던질 계기를 마련한 이주미는 "코스 레이아웃이 내게 편하지 않은 홀이 몇 개 있지만 티샷만 잘 되면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제는 자신감마저 보였다.

이주미는 "그동안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하다 오히려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기 때문에, 남은 이틀은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관심을 끄는 '슈퍼루키' 방신실은 이날도 300야드를 넘기는 장타에다 4연속 버디 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0번 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방신실은 첫 홀부터 301야드를 날아가는 티샷에 이어 200야드 거리에서 그린 주변에 볼을 보내 가볍게 버디를 잡아 탄성을 자아냈다.

방신실은 버디 5개를 잡아냈지만, 샷이 빗나갈 때마다 적어낸 보기 3개가 아쉬웠다.

2언더파 70타를 친 방신실은 이주미에 6타 뒤진 중위권으로 1라운드를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임진희도 2언더파 70타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