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테크닉보단 진심 보이는 연주자 될 것"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가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홈페이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김계희(29)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테크닉적으로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음악에 담긴 진심을 바이올린으로 쏟아내는 것"이라며 "유명한 연주자가 아닌 진정한 음악을 할 줄 아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마치 심한 몸살을 앓듯 온몸이 아픈 상태였어요. 그래서 우승이란 결과는 생각도 못했죠. 무사히
연주만 끝낼 수 있길 바랐으니까요. 혹여나 실수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결과가 믿기지 않아요. 감사하단 말로도 다 표현하기 힘든 감정인 것 같아요."서울예고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2016년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서울대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뮌헨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차근차근 연주력을 쌓아왔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가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홈페이지
김계희는 인터뷰 도중 "그간 음악에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이 조금이나마 전해진 것 같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제가 나이가 있어서 마지막 콩쿠르라고 생각하면서 나갔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25년 넘게 음악을 하면서 제 마음까지 더 털어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대로 전달된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거든요.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이제야 음악에 대한 제 간절함이 청중에게 닿은 것 같아요."

그의 어떤 점이 청중을 매료한 것일까. "저는 손가락이 빨리 돌아가는, 말 그대도 현란한 테크닉으로 청중을 장악하는 연주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다른 참가자들보단 나이가 있었으니 연륜이 있었던 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도 더 깊은 소리와 음향, 감정 전달에 집중하고 싶어요. 지금껏 그래왔듯이요. 결국엔 그런 연주가 여운을 남긴다고 생각하거든요."그에게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정말 감정의 밑바닥에서부터 꺼내서 보이는 그런 연주를 하고 싶어요. 너무 어려운 일이죠. 언제까지나 음악에 진심을 보일 수 있는 연주자가 되는 것, 그게 제 꿈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