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안들어오던 시골 출신, '순이익 1등 은행' 회장으로
입력
수정
지면A2
한국을 움직이는 금융인 100人‘고졸 신화’ ‘시골 촌놈’ ‘영업의 달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함 회장이 태어난 충남 부여군 은산면은 그가 고교 2학년 때에야 비로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시골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논산 강경상고에 진학했다. 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1980년 고졸 행원으로 서울은행 영업점 텔러(창구 전담 직원)로 입사했다.2002년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될 당시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이었던 그는 남다른 영업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3년엔 함 회장이 이끌던 충청영업그룹이 영업 실적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시골 동네 형’ 같은 푸근한 리더십도 강점으로 꼽힌다.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직원 1000여 명의 이름과 생일, 신상을 거의 다 기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함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뒤 초대 통합 은행장에 올랐다. 은행장 시절엔 두 은행 간 통합을 마무리해 ‘원 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은행장 내정 직후 외환은행 노동조합을 찾아가는 등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했고, 두 은행의 급여·인사·복지 제도를 통합하는 데도 힘썼다. ‘영업 제일주의’를 표방하며 100일간 현장 영업점을 직접 찾기도 했다. 2015년 9699억원이던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조5704억원으로 165% 급증했다.
함 회장은 영업 현장에만 몸담아 전략·기획 업무 경험이 적다는 평이 있었으나 2016년부터 그룹 부회장을 겸직하며 경영지원부문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을 이끌어 세간의 평을 잠재웠다.2022년 3월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함영주 시대’를 열었다. 임기 첫해인 지난해 하나금융은 사상 최대인 3조625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실적이 돋보였다. 3조1692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순이익 1위 은행에 올랐다. 우량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대출을 늘리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구를 마련한 덕분이었다.
취임 당시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을 목표로 제시한 함 회장은 올해 초부터 ‘1등 하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하나금융 14개 자회사 가운데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며 각 사에 1등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소현 기자
▶기사 전문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 회원으로 가입한 뒤 로그인하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