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남우조연상 배우 앨런 아킨 별세…향년 89세

'리틀 미스 선샤인''아르고' 등 100여편 출연…"다양한 캐릭터 완벽 소화"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은 할리우드 배우 앨런 아킨이 별세했다. 향년 89세.
아킨의 아들 애덤·매슈·앤서니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확인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이 전했다.

이들은 "아버지는 예술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독보적인 재능을 지닌 분이었다"고 말했다.

시카고의 유명 극단 '세컨드 시티'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냉전을 그린 풍자 영화 '러시안스'(1966년)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2007년에는 '리틀 미스 선샤인'으로 아카데미(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80대의 나이에도 넷플릭스 시리즈 '코민스키 메소드'에 마이클 더글러스와 함께 출연해 친근한 캐릭터를 선보였으며, 지난해 개봉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2'에서 와일드 너클스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등 최근까지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이밖에 '어두워질 때까지'(1967), '캐치 22'(1970), '가위손'(1990), '하바나'(1990), '가타카'(1997), '말리와 나'(2008), '아르고'(2012), '멋진 녀석들'(2012), '밀리언 달러 암'(2014), '고잉 인 스타일'(2017) 등 100여편의 영화·TV드라마에서 주·조연을 맡았다.

코미디부터 진지한 드라마 연기까지 다양한 극 중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 에미상 등 주요 연기상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후보로 지명됐다.
동료 배우 마이클 매킨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킨을 추모하며 "내가 젊은 배우였을 때 사람들은 내게 진지한 배우가 되고 싶은지, 웃기는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는데, 내가 '앨런 아킨은 어느 쪽이죠?'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고 했다.

'러시아인'의 노먼 주이슨 감독은 "앨런은 캐릭터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스크린에서 뚜렷한 개성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는 항상 과소평가돼 왔는데,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아킨은 2007년 AP와 인터뷰에서 "며칠 전 누군가에게서 지금까지 받은 칭찬 중 가장 멋진 칭찬을 받았다"며 "내 캐릭터가 영화의 심장부, 도덕적인 중심에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얘기가 마음에 들었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1934년 뉴욕 브루클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1세 때 가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해 LA 시티칼리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버몬트 베닝턴 칼리지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두 차례 결혼해 세 아들을 뒀으며, 아들들 모두 배우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