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北 호날두' 너무 아까워"…CNN 집중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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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미국 CNN 방송이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활약하며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을 얻었다가 돌연 모습을 감춘 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을 1일(현지 시각) 집중 조명했다.
유벤투스에서 활약…대북제재로 2021년 추방돼
한동안 로마 머물다 이후 행적 묘연
옛 지도자 "재능 사장돼 아쉬워"
CNN은 이날 "이 북한 선수는 축구계를 놀라게 하곤 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광성은 유럽 5대 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로, 2019년 이탈리아 빅클럽 유벤투스로 이적해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한광성은 2013년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엘리트 축구선수 육성을 목표로 설립한 평양 국제축구학교 출신으로 알려졌다. 평양 국제축구학교는 개교 후 얼마 되지 않아 스페인으로 14명, 이탈리아로 15명의 학생이 북한 정부 지원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한광성은 이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유학하러 갔다.
한광성은 유학을 떠난 학생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아A 소속 칼리아리의 유소년 구단에 정식 입단했고, 곧바로 프로로 승격해 정식 데뷔하고서 1주일 만인 4월 10일 첫 골을 기록했다.
칼리아리 유소년 코치였던 막스 칸지는 CNN 인터뷰에서 "한광성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지 20분 만에 동료 코치 마리오에게 '그는 매우 훌륭하다, (1부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하지만 한광성은 북한과 관련한 거듭된 질문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하며 거의 아무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유소년팀 동료였던 니컬러스 페닝턴은 "한번은 한광성이 가족에 대해 얘기하며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는 집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마 귀국했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한광성은 2019년 평양에서 열린 29년 만의 남북 간 축구 경기에서도 빠른 드리블을 선보이며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한광성이 페루자 구단 임대를 거쳐 2020년 세리아A의 명문 중 하나인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그의 커리어는 최정상을 찍었다.
다만 불과 일주일 지난 시점 카타르 알두하일 구단에 팔려 갔지만, 2023∼2024년 시즌까지 5년간 460만달러(약 61억원)에 달하는 이적료가 지불됐다는 점에서 그가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한광성은 카타르에서도 오래 뛰지 못했다. 2020년 8월 21일 21살이던 그는 알아흘리를 상대로 한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왔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이라고 쓰인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몇개월 뒤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26일 한광성은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 카타르에서 추방됐다. CNN은 당시 한광성이 카타르의 한 은행과 거래하면서 "어떤 돈도 북한에 송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어 CNN은 "한광성은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한광성은 2021년 평양행 비행기 노선 운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한동안 로마에 머물렀던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다만 한광성의 거취와 관련한 CNN의 질의에 이탈리와 외무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답변하지 않았다. CNN은 당시 해외에 있는 북한대사관 몇몇 곳에서 국경 폐쇄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는 북한인들을 수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