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제자리, 제때, 제대로…'3제'를 지키자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구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점점 신체적, 정신적 활력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육체적 노화를 막을 방법은 없다. 또 아무리 강한 정신의 소유자라고 해도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러니 나이가 늘어날수록 ‘제자리, 제때, 제대로’의 3 제가 꼭 필요한 덕목이 된다. 정리의 달인까지 되지는 않더라도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으면 찾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게 되고 자꾸 잊어버리는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무엇이든 때를 맞춰야 건강에도 좋고, 빼먹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 제대로 해야 두 번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제자리, 제때, 제대로’를 실천하면 노후가 조금 편안해진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가장 힘든 것은 자꾸 무엇인가 잊어버리고, 어디다 두었는지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한 사람의 이름도 생각이 안나 쩔쩔 매는 경우도 있다. 기억력이 감퇴하고 건망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결국은 사용하는 물건을 찾을 때 쉽도록 항상 제자리에 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이므로 항상 두는 곳에 두어야 이리저리 찾느라 분잡을 떨지 않게 된다. 신분증, 카드, 지갑, 자동차 키, 현관 열쇠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은 어깨에 메는 조그만 지갑을 하나 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다. 그 안에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신분증, 카드, 지갑, 열쇠 등을 넣어서 메고 다니면 잃어버릴 염려가 줄어든다.물건을 제자리에 두려면 먼저 주변 정리부터 해둬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엇을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뒤죽박죽 어질러져 물건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해 어수선한 상태이거나 버려야 할 것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제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주변 환경은 의욕을 더욱 낮추고 몸을 나태하게 만들어 상황을 점점 악화시킬 수 있으니 경계하는 것이 좋다. 정리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정리되어 있지 않은 물건은 '필요한 것'과 '버려야 할 것'으로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필요한 것을 제자리에 두고, 버려야 할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무엇인가를 마쳤으면 틈을 주지 말고 빠른 시간 내에 분리해서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물건들을 잘 정리만 해두어도 머릿속에 내비게이션이 생긴 듯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평소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여기저기 찾아 헤매는 사람이라면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반복적으로 물건을 찾아 헤매다 보면 기분이 쉽게 동요되어 좌절하거나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등 자존감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찾아야 할 물건이 없어지면 시각적인 여유가 생기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제자리에 두어야 하는 좋은 모티브가 된다.
사진=구건서
어떤 일이든 미루지 말고 제시간에 해야 편하다. 제때라는 것은 정해진 시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미루지 말라는 뜻도 포함된다.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일부터 먼저 하라는 시간관리의 원칙도 중요하다. 그러나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때를 놓치면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매일 루틴 하게 해야 하지만 제시간을 지켜야 하는 것은 반드시 제때 해야 한다. 하루 2끼를 먹든 또는 3끼를 먹든 먹는 시간은 규칙적으로 정해놓고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나이 들면 많아지는 약도 마찬가지다. 귀찮다고 빼먹을 수도 없고, 먹기 싫다고 안 먹을 수도 없는 것이 약이다. 몸을 움직이는 산책 등 운동이나 정신건강에 좋은 명상이나 사색 등도 제때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공부, 취미활동, 잠자리에 들기, 일어나기 등 일상생활도 제시간에 하는 습관을 들여야 몸과 맘이 모두 편안하다.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실행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 정치인이 정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이 힘들어진다. 어디 정치인뿐인가. 기업인, 근로자, 학생 등 직업이나 하는 일이 무엇이든 제대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의사는 제대로 진찰해서 정확한 병명을 파악한 다음에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하고, 약사는 약효를 제대로 알고 약을 조제해야 한다. 교수는 강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강의해야 한다. 나이 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실천하는 노후가 좀 더 아름답다. 모르는 것은 아는 척하는 뻔뻔함보다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정직함이 더 좋다.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제자리, 제때, 제대로가 정석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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