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에서 의무로’…ISSB 공시 대응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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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발표된 ISSB 첫 기준서는 글로벌 3대 주요 ESG 공시 기준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한국회계기준원을 중심으로 기준서 도입을 위한 규율체계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2025년 의무화에 대비하려면 지금 당장 공시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한경ESG] 이슈 브리핑2022년 말 기준 글로벌 S&P500 기업의 95%, KOSPI 200 기업의 64%가 ESG 정보를 자율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1월 5일 EU의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이 발효되고, 지난 6월 26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FRS S1·S2가 최종 확정 발표되며 ESG는 자율 공시 단계에서 의무공시 단계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IFRS S1·S2 주요 쟁점 사항은 무엇이며,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IFRS S1, 중요 정보 자체 판단해야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은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재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material) 정보를 스스로 결정해 공시해야 한다. ESG 공시는 원칙 기준은 제시되어 있으나, 정확히 어떤 정보를 공시할지는 기업이 결정해야 한다.
IFRS S1 일반 요구사항은 기업이 단기·중기·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위험 및 기회 요소에 대한 4가지 핵심 정보(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관리 지표 및 목표)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하지만, 그 정보가 어떤 정보인지는 중대성 평가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요구한다. IFRS S1·S2뿐 아니라 EU CSRD를 비롯해 대부분의 ESG 공시 표준 혹은 가이드라인은 동일하게 정보 공시 기업이 중대성 평가를 통해 어떤 정보를 공시할지 결정하도록 요구한다.동일한 산업에 속하는 기업일라도 중대 이슈가 다를 수 있어 관리 지표와 목표를 일괄적으로 결정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산업에 속한 2개의 정유 기업이라 할지라도 A사의 경우 시추·운송·정유·판매 사업을, B사의 경우 정유·판매 사업만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동일한 산업에 속하는 기업일지라도 각기 다른 ESG 현안에 노출되어 있어 비즈니스모델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중대성 평가 주체는 공시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중대성 평가를 수행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기업은 공시하는 정보가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재무적 영향이 큰 정보인지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 ESG 정보를 자율 공시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중대성 이슈를 묻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매우 위험한 접근으로 재고되어야 한다.IFRS S2, TCFD 연계 ‘키 포인트‘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EU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변화 공시 지침(초안), 그리고 IFRS S2의 공통점은 TCFD 공시 기준과 연계한다는 점이다. 인권, 생물다양성, 인적자원 개발 등 기업이 공시해야 할 ESG 공시 항목으로 수없이 많은 주제가 언급되었지만, 우선적으로 적용된 항목은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평가받는 기후변화 관련 항목이다. 결국 IFRS S2는 실질적으로 101개 국가에서 40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TCFD에 기반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우리 현실은 어떨까.
2023년 6월 말 기준 TCFD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은 177곳으로 확인된다. 이는 지난해 말 148곳보다 29곳 증가한 수치이며, ESG 자율 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보다 많은 수다. 이 중에는 제조업뿐 아니라 각종 금융기관을 비롯해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이 포함된다. 그만큼 TCFD에 대한 중요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공시 현황을 유럽, 미국 기업과 비교해보면 국내 기업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단기·중기·장기 재무적 영향 같은 측정 및 분석 부문과 이사회 감독 등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공시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유럽 기업과 비교할 때 격차는 더욱 크다. 사실상 자기 사업장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외에는 상당한 취약점을 드러내 이에 대한 보완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공시 기획과 집행 기능 분리해야
IFRS S1·S2 공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사항은 ESG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이다. 지금까지 ESG 정보 공시는 ESG 담당자가 팀장과 상의해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고, 경영진의 승인을 득해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일부 기업에서 이사회를 통해 ESG 공시 내용을 보고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구체적인 리스크를 점검하기보다 보고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공시 리스크가 관리되기 위해서는 우선 ESG 공시에 대한 기획과 집행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안은 ESG 공시 업무를 담당하는 팀과 ESG 공시가 절차에 따라 잘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점검하는 팀 역할이 구분되어 상호 점검과 확인하는(check & balance)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권고할 만하다.
다른 하나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을 구분해 ESG 공시 업무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 밖에 보증 효과가 있는 신뢰할 만한 제3자 검증기관을 선정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의무화 대응 올해부터 시작해야
IFRS S1·S2는 내년부터 전격 적용된다. 다만 의무 공시 시점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시행된다. 결국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과 IFRS S1·S2 모두 의무 적용 시점은 동일한 2025년으로 결정되었다. 각종 ESG 공시 기준이 2023년 제정되고, 보고 조직은 2024년 ESG 정보를 2025년 공개하게 된다. 따라서 ESG 공시 규제는 2025년이 아닌 2023년 올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공시 리스크를 관리하고자 하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은 ESG 공시 오류 점검을 위해 당장 내년부터 IFRS S를 선제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행한 127개 기업 중 불과 17%인 22개 기업이 연결 기준 ESG 정보를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김앤장법률사무소 조사). 이 중 매출 기준 80% 이상을 포함한 기업은 11개에 불과했다. 쉽게 말하면 ESG 공시에 포함하는 사업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업장도 있다는 이야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공시 기업이 공시 정보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선택적으로 공시하는 것은 그린위싱을 비롯해 투자자 기망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공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ESG 현안이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ESG 공시 의무를 적용받는 기업은 가급적 빠른 시간 내 ESG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장 단위 데이터를 수집·적재·승인·공시하는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스코프 3 배출량 정보 필수 공시
그동안 우려하던 스코프 3 배출량이 결국 IFRS S1·S2에 최종 포함되었다. 물론 중대성 평가 정보와 함께 1년 유예되어 2026년부터 공시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이 역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127개 국내 기업 중 스코프 3 배출량을 공개한 기업은 30%가 넘는데,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스코프 3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스코프 3 배출량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구매 및 운송뿐 아니라 제품의 생산과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등 15개 항목을 포함한다. 하지만 스코프 3 배출량을 공개한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임직원 출장과 출퇴근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정보처럼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을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만으로는 IFRS S2, 스코프 3 배출량 공시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5개 항목 중 어떤 카테고리 정보가 중요한지 업종별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제품 생산 못지않게 카테고리 11번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정보가 중요하다면, 물류 산업의 경우 카테고리 4번 업스트림과 9번 다운스트림 운송 과정에 대한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스코프 3 배출량 정보에 대한 공시는 1년 유예되어 2026년 의무화되지만, 스코프 3 배출량 정보를 구축하는 데 통상 3년 정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IFRS S1·S2 공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스코프 3 배출량 정보 확인이 될 것이다.단일 중대성 vs 이중 중대성
ESG 공시 기업은 공시 정보 결정을 위해 중대성 평가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공시한다. 그리고 중대성 평가 방식에는 단일 중대성(single materiality)과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방식이 있다. IFRS S1은 단일 중대성 보고 원칙을 채택했다. 이는 기후변화 같은 외부 환경변화가 기업에 단기·중기·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 및 이에 관한 재무 정보만을 공시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다수의 우리 기업이 EU CSRD를 적용받는 데 있다. EU CSRD는 이중 중대성 원칙을 채택했는데, 2개의 공시 기준에서 제시하는 중대성 평가 방법이 다르다 보니 공시 기업은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를 두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CSRD를 적용받는 해외 법인에 대해서는 이중 중대성 기준을 적용하고 IFRS S1·S2를 적용받는 국내 사업장에 대해서는 단일 중대성 기준을 적용하면 될 것 같지만, 이는 근시안적 생각이다. CSRD를 적용받는 법인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종적으로 본사의 정보를 포함해야 하므로 결국 본사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성 평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동일한 업무를 두 번에 걸쳐 해야 한다는 부담뿐 아니라 각각의 중대성 평가 결과가 다를 경우 초래되는 문제점을 고려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사전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결론은 이중 중대성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 이중 중대성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일 중대성 평가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중 중대성 평가를 수행하면 이러한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다만, EU CSRD를 적용받지 않는 기업의 경우 불필요하게 이중 중대성 평가를 적용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2023년 6월 글로벌 3대 주요 ESG 공시 기준 가운데 하나인 IFRS S1·S2가 확정 발표됐다. 미 SEC 최종안까지 확정되면 글로벌 주요 3대 공시 기준인 EU CSRD, 미 SEC, IFRS S1·S2가 2023년 모두 발표된다. 보고 기업은 2024년 정보를 2025년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한국회계기준원을 중심으로 IFRS S1·S2 국내 도입을 위한 ESG 공시 규율 체계 마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규율 체계 마련에 나선 주관 기관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생각된다. 국제적 정합성과 함께 우리 기업의 수용성을 높이 수 있는 혜안을 기대해본다. 이제 본격적인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방아쇠가 당겨졌다. ESG 공시 의무화 기업에 철저한 준비와 대응 외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김동수 김앤장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