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수석부사장 "비전 프로는 산업용 기기…디지털 트윈 대중화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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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인공지능(AI)이 디지털 트윈 기술의 보편화를 앞당길 겁니다.”
최근 주가 50% 급등 주역
애플 ‘비전 프로’ 파트너사 언급되면서 주목
“애플과 파트너십, 많은 고객이 혜택받을 것”
최근 디지털트윈 전담 부서 설립
유니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
“AI와 접목하면 보다 쉽고 정확하게 기술 구현”
“제조부터 의료까지 전 산업 활용 가능… 보편화할 것”
글로벌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의 클라이브 다우니 수석부사장(사진)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는 엔지니어들을 보면 확장현실(XR)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애플의 ‘비전 프로’와도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는 최근 뉴욕증시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5달러(약 4만원)가 되지 않았던 주가는 한 달 만에 최고 45달러(약 6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약 50% 급등했다. 지난달 5일 애플이 ‘공간형 컴퓨터’라고 부르는 확장현실(XR) 헤드셋 기기 ‘비전 프로’를 내놓으면서 유니티와 파트너십을 언급한 것이 주가에 불씨를 지폈다.다우니 수석부사장은 “주식시장 반응에 대해서는 뭐라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애플과의 파트너십으로 많은 고객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 XR 기기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점을 짚으면서 “애플의 비전 프로와도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건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리 가상세계에서 건물을 지은 뒤 자연재해나 건물효율 등을 측정하며 설계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다 완벽한 구조의 건물을 시행착오 없이 지을 수 있다. 이날 다우니 수석부사장은 애플과의 구체적인 파트너십 내용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 기술이 실시간 3D(3차원)로 구현되는 만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의 헤드셋이 보편화되면 유니티에 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다우니 수석부사장은 유니티가 비즈니스의 핵심 부문으로 보고 올해 전담 부서를 만든 디지털 트윈 부문의 책임자다. 유니티는 이 부문 선두주자다. 대표적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현대자동차의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 공장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폭스바겐의 자동차 생산공장, 캐나다 밴쿠버 공항, 미 동부 공군기지인 틴덜(Tyndall) 기지 건립에도 유니티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했다. 최근에 병원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환자의 신체를 그대로 본뜬 디지털 트윈을 통해 의사들이 미리 수술을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환자의 가족에게도 정확한 수술 계획을 알려줘 걱정과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우니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업종에 디지털 트윈이 적용되는 것이 놀랍지 않다”며 “앞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은 더 대중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니티는 최근 게임 개발자용 인공지능(AI) 플랫폼도 내놨다. 지난달 27일 AI를 활용해 실시간 3D 콘텐츠 제작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신규 AI 플랫폼인 유니티 뮤즈와 유니티 센티스를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수백만 가지에 이르는 정보들 가운데 게임 개발자들이 묻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능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건물 외벽을 중세 시대 느낌의 벽돌로 해달라”고 명령하면 AI가 이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다우니 수석부사장은 “실시간 디지털 트윈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AI”라며 “회사는 AI를 ‘파괴자’가 될 것이라고 보고, 수년 전부터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다우니 수석부사장은 디지털 트윈 부문의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꼽았다. 그는 “이 기술의 사용량과 성장을 보면 아·태지역이 매우 중요하며, 그중 한국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라며 “(아·태 지역에는) 알만한 큰 기업들이 있고 그에 따른 공급망이 형성돼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