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25년 만에 파견업종 확대 본격 착수…기업 실태조사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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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고용노동부가 100여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파견 및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개정해 파견 업종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고용부는 이른 시일 내에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구조 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다는 방침이다.2일 다수의 대기업과 노무 업계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내하도급 등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고용부가 기업들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서는 기업들에 불법 파견 등과 관련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지원단 사업'을 위한 '사전 진단' 명목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태조사는 고용부의 위탁을 받은 노무사들이 주요 기업들을 방문해 사전에 정해진 항목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경제가 입수한 실태조사 '체크리스트'에는 △원청의 회계자료 및 도급비 산출 내역서 △도급 계약서 △공정별 원하청 근무편성표 △하도급업체 선정 프로세스 등 기업 내부 기밀에 가까운 조사 항목도 여럿 보였다.
고용부는 공문을 통해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경고해 거부도 사실상 어려웠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사 대상인 한 대기업의 노무 담당자는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방불케 하는 체크리스트"라며 "유례없는 형식의 조사였다"고 설명했다.이번 실태 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실상 파견 업종 확대를 위한 밑작업으로 풀이된다. 한 노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노무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에서, 불법파견 단속이 아니라 파견업종 확대를 염두에 둔 조사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의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주차 관리, 자동차 운전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뿌리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특히 파견이 허용된 업종도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하면서, 경직된 인력 시장의 큰 원인으로 파견법이 지목돼 왔다. 또 제조업 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잇달아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는 가운데 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제조업에서는 도급마저 금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경영계도 파견과 도급의 구분 기준을 법제화하고, 허용 업종을 확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지난해 12월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고 불합리한 고용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파견법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고용부가 파견법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실태 조사로 획득한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견 허용 업종 확대, 파견 기간 연장, 도급과의 구별 기준 마련 등의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불법파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문 파견업체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고 전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고용노동부가 100여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파견 및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개정해 파견 업종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고용부는 이른 시일 내에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구조 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다는 방침이다.2일 다수의 대기업과 노무 업계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내하도급 등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고용부가 기업들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서는 기업들에 불법 파견 등과 관련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지원단 사업'을 위한 '사전 진단' 명목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태조사는 고용부의 위탁을 받은 노무사들이 주요 기업들을 방문해 사전에 정해진 항목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경제가 입수한 실태조사 '체크리스트'에는 △원청의 회계자료 및 도급비 산출 내역서 △도급 계약서 △공정별 원하청 근무편성표 △하도급업체 선정 프로세스 등 기업 내부 기밀에 가까운 조사 항목도 여럿 보였다.
고용부는 공문을 통해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경고해 거부도 사실상 어려웠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사 대상인 한 대기업의 노무 담당자는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방불케 하는 체크리스트"라며 "유례없는 형식의 조사였다"고 설명했다.이번 실태 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실상 파견 업종 확대를 위한 밑작업으로 풀이된다. 한 노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노무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에서, 불법파견 단속이 아니라 파견업종 확대를 염두에 둔 조사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의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주차 관리, 자동차 운전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뿌리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특히 파견이 허용된 업종도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하면서, 경직된 인력 시장의 큰 원인으로 파견법이 지목돼 왔다. 또 제조업 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잇달아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는 가운데 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제조업에서는 도급마저 금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경영계도 파견과 도급의 구분 기준을 법제화하고, 허용 업종을 확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지난해 12월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고 불합리한 고용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파견법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고용부가 파견법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실태 조사로 획득한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견 허용 업종 확대, 파견 기간 연장, 도급과의 구별 기준 마련 등의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불법파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문 파견업체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고 전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