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낙인' 버거운 바그너 용병, 우크라 북부 침공하나

바그너 용병, 전쟁으로 존재가치 증명하려할 우려

젤렌스키 대통령 “경계 강화 지시”

반란에 실패하고 벨라루스로 간 러시아 바그너 그룹 용병의 우크라이나 재침공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의 혼란을 틈타 정보원 확보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보기관이(벨라루스의 바그너 용병들을) 주시하고 있다”며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벨라루스와 인접한)북쪽 경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세르히 나예우 우크라이나군 준장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현시점(지난달 30일)에서 벨라루스 방면의 지상군 위협은 없다”라면서도 “위협이 심각해지면 병력과 무기 증강 등 실질적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북쪽에 자리잡은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는 작년 2월 러시아 육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길을 내주는 등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반란을 중재하며 바그너 대원의 입국을 허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망명을 권유하자 용병들이 대거 벨라루스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방에선 용병들이 오래 머물지 않고 조만간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을 넘어 재침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신자’로 낙인찍힌 용병들이 전쟁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할 것이며, 푸틴 대통령도 이들을 기꺼이 전장으로 내몰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달 29∼30일 상업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벨라루스의 소도시 아시포비치 주변 한 군사 기지에서 250∼300개의 텐트가 포착됐다. 바그너 수용을 위해 벨라루스가 설치한 것인지, 용병들이 벌써 도착한 것인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바그너 교관들이 전투 경험을 전수해준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러시아 반란 사태 직전 우크라이나를 비공개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CIA는 자신들은 반란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불안정한 정국을 이용해 러시아인 정보원을 확충하고 있다. 번스 국장은 이날 영국 디츨리재단 연례 강연에서 "전쟁에 대한 불만은 러시아 리더십을 지속해서 갉아먹을 것"이라며 "이런 불만은 CIA의 핵심인 휴민트 서비스(인적 정보원을 통한 첩보활동)에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기회를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의 실수로 러시아 군의 약점이 탄로 났고, 러시아의 미래는 중국의 경제 식민지가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