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나스닥 랠리…애플 시총 3조달러 '한국 GDP의 1.7배'

나스닥 상반기 31.7% 급등…빅테크가 주도

AI 열풍 타고 강세장 이어져
'GPU 독점' 엔비디아 189% 상승
MS·알파벳·아마존 30%~50%↑

"하반기에도 상승랠리" 전망 속
"슈퍼버블 막바지" 비관론 교차
“‘매그니피센트7’이 증시를 주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올 상반기 뉴욕증시 강세장을 이끈 7개 기술주를 2016년 개봉한 영화 제목에 빗대 이같이 표현했다.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이 그 주인공이다. 인공지능(AI) 테마를 장착한 이들 7개 종목의 질주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금리, 지역은행 위기,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진통 등 숱한 악재를 돌파했다. 그 덕분에 나스닥지수는 상반기 4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AI 열풍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새로운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긍정론과 ‘미 증시 역사상 네 번째 슈퍼버블의 막바지’라는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AI 날개’ 달고 날아오른 빅테크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빅테크 중 올 상반기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종목은 엔비디아다. 연초 대비 189.4% 수직 상승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AI 학습에 꼭 필요한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AI용 GPU 분야 점유율은 95%(뉴스트리트리서치 조사)에 달한다.

이날 다이와증권은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하고 목표가를 408달러에서 475달러로 올렸다. 테슬라(112.5%), 메타(138.4%)도 두 배 넘게 상승하며 증시를 달궜다.시가총액 1위 애플은 올해 49.2% 오르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시총 3조달러를 넘어섰다. 3조달러는 전 세계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순위로 따졌을 때 세계 7위인 프랑스 GDP(2조9234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이는 1조7219억달러가량인 우리나라 GDP의 1.7배에 해당한다.

MS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도 30~50%대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빅테크의 질주로 나스닥과 함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올해 상반기 16% 상승했다. 작년 저점 대비 27% 반등했다.지난해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큰 폭의 조정을 거친 뉴욕증시는 최근 Fed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와 AI 열풍으로 급반등했다. 지난달 중순 Fed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연내 2회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인플레이션 완화 소식에 다시 힘을 냈다.

“새로운 강세장 vs 4차 슈퍼버블”

올해 상반기 나스닥의 질주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인지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마켓워치는 이날 ‘상승랠리가 이어지는 여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마이클 브러시 칼럼니스트는 “미국 증시가 약세장에서 상승세를 보인 다음 해에 92% 확률로 9%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승세 배경으로 △순자산 74조8000억달러를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의 충분한 소비 여력 △낮은 소비자 대출 연체율과 부채상환 비용 △견고한 고용 △작년 10월 저점 이후 상승 사이클을 탄 테크기업, 소비재, 산업재 업종 △강한 투자 심리 △경제위기 때보다 낮은 밸류에이션 등을 제시했다.반면 현재 증시가 슈퍼버블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창업자 제러미 그랜섬은 최근 시장 환경을 “미국에서 지난 100년 내 네 번째 슈퍼버블의 최종장”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대공황 직전인 1929년, 닷컴버블이 극에 달하던 1990년대 후반,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심했던 2006년 등 세 차례를 슈퍼버블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랜섬은 “우리는 상당히 좁은 분야에서 튀어오른 (과거와) 완전히 다른 버블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버블랜드’로 만든 것은 Fed의 과도한 부양 정책이라고 그랜섬은 지적했다. 그는 “AI 열풍은 앞으로 두어 분기 더 증시 전반을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AI 열기도 결국 버블의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7월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과 2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김리안/김인엽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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