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내년 수소환원제철 설비 착공…"2050년 모든 고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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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준공 50주년“한국 산업의 50년을 고로(용광로)가 책임졌다면 미래 50년은 수소환원제철로 이끌고 가겠습니다.”
반세기 쇳물 뽑으며 '제철보국'
탄소 배출 없이 철강 만드는
'수소환원제철'로 변경 나서
연구원 14명이 설비 점검 책임
"새 공법에 쓸 전기로도 개발 중"
포스코의 경북 포항제철소가 3일 준공 50주년을 맞았다. 건설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기술, 자본, 경험이 전무해 전 세계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지만 기적처럼 1973년 7월 3일 완공을 이뤄냈다. 여기서 나온 쇳물은 50년간 국내 중후장대 산업의 ‘쌀’로서 조선, 자동차, 건설, 가전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됐다.이날 방문한 포항제철소는 5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수소환원제철로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철소 준공은 늦었지만 수소환원제철소 플랜트(유동환원로 기준)는 세계 그 어느 기업보다 빨리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철강 산업의 표준을 새로 정립하겠다는 목표다.
1고로, 박물관으로 탈바꿈
포항제철소는 한국 최초의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 철강 완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춘 종합 제철소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지 못해 네 차례나 건설에 실패한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평가했지만, ‘철강인’들이 일본 연수를 통해 밤새워 공부하며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역사를 썼다.1고로는 그 당시 처음으로 쇳물을 뽑아낸 ‘민족 고로’로 불린다. 이 고로가 48년간 생산한 쇳물은 5520만t. 중형 자동차 5520만 대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지금은 직원들도 들어갈 수 없게 펜스로 둘러쳐진 채 조용히 잠들어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1고로를 한국 철강 산업의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포항제철소에는 ‘스마트 제철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였다. 제2 열연공장을 운영하는 통합운전실에선 직원들이 3차원(3D) 설비로 공정을 살펴보고 있었다.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슬래브(철강 반제품) 제조 패턴과 압연량을 자동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포항과 광양의 모든 공장을 엔지니어의 감(感)에 의존하지 않는 100% ‘디지털 트윈’으로 바꾼다는 목표다.
제철보국에서 수소보국으로
포스코의 테스트 시설에선 14명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제철소의 미래를 책임질 수소환원제철 설비(하이렉스·HyREX)를 점검하고 있었다. 윤시경 포스코 수석연구원은 “수소 조달 및 제반시설 투자 비용이 지금보다 절반으로 떨어지면 고로와 같은 가격으로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며 “수소환원제철에 쓸 수 있는 전기로도 새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포스코는 내년 6월 수소환원제철 파일럿 설비를 착공한다. 석탄 대신 수소를 투입해 탄소 배출 없이 쇳물을 생산하는 ‘꿈의 기술’을 위한 첫 단추다.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포항과 광양에 대규모 플랜트를 착공한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바꿀 계획이다. 용광로에 기댄 제철보국에서 수소환원제철을 기반으로 한 ‘수소보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수소환원제철은 철강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꼽힌다. 그만큼 먼저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가 유일하게 연구 중인 유동환원로 시설은 기존 연료의 90%를 수소로 대체할 수 있다. SSAB, 아르셀로미탈 등의 샤프트 방식은 수소를 최대 50%까지만 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탄소 중립에 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50년 전 고로와 제철소는 외국 기술을 빌려왔지만, 미래 철강 기술은 자체적으로 주도하겠다는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