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문학번역원, 번역출판사업 부실…공정성 확보해야"

200여편 지원작 2~3명 심사·번역 지원 14건 중 13건 현지 출간 안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사업이 부실한 심사 운영으로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관련 사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번역출판지원은 해외에서 한국 문학작품을 출간하고자 하는 국내출판사·에이전시 및 해외 출판사에 번역 또는 출판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엔 16억원을 투입해 총 205편의 작품을 지원했다.

문체부 조사 결과 이 사업은 소수의 심사위원이 1년간 심사를 도맡아 진행했으며, 심사위원 자격 요건이 모호하고, 심사위원 선정과정이 불투명했다. 국내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은 2명,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은 3명으로 심사위원단을 운영해 심사 공정성 확보가 부족했다고 문체부는 지적했다.

최저점과 최고점을 제외하지 않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돼 심사위원 1인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고, 선정작의 점수 편차가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심사위원 임기를 사업 시행 요강에 규정하지 않고 번역원 내부 지침에 따라 운영했으며, 지침에 따른 임기를 지키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심사위원회 구성 관련 시행 요강도 '문학평론가 및 출판전문가'라고만 규정해 자격 요건이 모호했으며 '성별·출신대학·전공분야·세대(연령)·참여 횟수 등을 종합 고려한다'는 일반적인 기준만 제시했다.

이런 규정 하에 내부 담당 부서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기관장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위원을 선정했다.

문체부는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의 경우 수십 권의 대상 도서를 심사 당일 제공해 부실 심사를 초래했으며 심사기준 중 '작품성' 항목 비중이 제일 높은 점(100점 중 40점)도 문제라고 봤다. 아울러 해외출판사는 번역원에 판매 실적을 보고할 의무가 있으나 지난 5개년(2017~2021년)간 판매실적 조사 대상 753권 중 140건(약 19%)의 판매 실적이 미집계됐다.

현지 출판사 섭외 이전 완역을 선지원하는 국내 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의 경우 2021년 지원 작품 14건 중 단 1건만 현지에 발간되는 등 사장되는 원고도 다수 발생했다.

박보균 장관은 "우리 작가 작품이 2년 연속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K-북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집중된 번역출판 환경에서 불공정성, 부실 논란을 야기하는 지금의 사업 운영 행태는 충격적"이라며 "번역원의 리더십 각성과 자세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곽효환 번역원장에게 심사과정의 공정성 확보와 짜임새 있는 예산 집행을 촉구했으며 앞으로도 불공정 관행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