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박으로 수놓은 지중해는 시선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arte] 김미경의 파리통신
내부로의 여행, 내 안의 자연에 물든 자아의 파동, 안나-에바 버그만Anna-Eva Bergman(1909-1987)
안나 에바 버그만 사진, 미녹스 , 1966, 앙스 아르퉁이 찍음
안나 에바 버그만에게 헌정된 첫번째 대규모 회고전이 파리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미술계 주요 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창조성과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다. 젊은 시절의 드로잉부터 말년의 세련된 그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망라되어 있으며, 그녀의 모든 형태 미학 어휘는 개별적으로 취한 작업에 따라 각각의 자율성 뿐만 아니라 역동성을 가진다. 전시의 부제목인 ‘내부로의 여행’(Voyage vers l’intérieur)은 절친한 친구였던 노르웨이 추상화가 비얀 라이즈(Bjarne Rise)에게 빌려온 것이다.

자기만의 회화 양식인 금박과 은박으로 수놓은 북유럽, 지중해의 풍경은 시선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안나 에바 버그만은 그녀의 생애 동안 명성을 얻었지만 다소 잊히기도 했다. 1950년대 금속박을 사용한 그의 그림은 사진을 찍기 어렵기 때문이고, 또한 20세 때 처음 만나 15년의 별거 끝에 다시 결혼한 프랑스계 독일 화가 앙스 아르퉁의 명성에 가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1927년 파리에서 만났는데, 당시 그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독일 추상미술 화가였다.작가는 스웨덴에서 태어나 노르웨이에서 자랐다. 그곳은 그녀에게 사물을 관찰하는 능력과 날카로운 유머 감각을 길러준 곳이다. 1920년대 오슬로에 이어 비엔나에서 예술 교육을 받았다. 1933년과 1934년 지중해 연안에 있는 스페인의 섬에서 지냈다. 그녀는 파리, 베를린, 오슬로, 이탈리아 등 여러 곳에서 지내면서 비잔틴의 모자이크와 르네상스 예술에 심취했다. 그녀는 자연의 지질학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돌, 자갈, 지층, 광물의 질감, 굴곡을 자신의 그림 속에 투영했다.

1949~1951년 그녀는 노르웨이 남부로 여행을 갔는데 노르웨이 해변을 거닐면서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에 이르렀고, 자기만의 미학 언어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색깔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선의 제한을 통해 사물을 단순한 형태로 재현했다. 그때부터 금박을 입힌 그림이 탄생된다. 색상의 상징성, 우아한 선의 미학, 황금 비율,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대비, 물질의 질감 어린 특성을 캔버스에 옮겼다. 이어 1970년대 프랑스의 남부 앙티브 Antibes에서 거주하면서 달, 별, 행성, 산, 나무, 비석, 등을 몇 개의 선과 색으로 형상화한 완성도 높은 그림을 완성하였다. 1970년 말 그녀는 미니 페인팅을 하기도 하고, 아주 작은 그림을 단순하고 기념비적인 큰 그림을 번갈아 가며 새로운 변형을 만들어 낸다.
안나 애바 버그만, N° 26-1962 Feu불, 1962,
유화와 판금, 아르퉁 버그만 재단, Fondation Hartoug-Bergman

비평가 미쉘 라곤은 “유행에 전혀 영향 받지 않는 독창적인 그림”( une peinture originale qui ne doit rien aux modes) 이라고 그녀의 작품을 요약한다. 돌, 나무, 계곡, 산, 강, 바다, 행성 같은 원형적 주제들은 단순한 선과 질감 살린 색깔을 통해 캔버스에 편안하게 누워있다. 그녀는 비구상과 추상미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태가 한 그림에서 다른 그림으로 그래픽 및 색채 변화를 통해 다른 형태로 변화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녀의 예술기법을 설명하자면 중세 노르웨이의 교회 재단화에서 영감을 받아 금속 판금을 사용했다. 버그만의 미학은 판금(금, 은, 구리, 납, 주석, 비스무트)의 사용을 통해 20세기 예술적 유럽을 구현한다. 먼저 금박을 마노석으로 광을 낸 다음 아르메니아 그릇에 금박과 금속 접착을 용이하게 하는 기름 많은 바니쉬를 넣어 혼합한다. 1958년 이후부터는 템페라로 그림을 그렸고, 1960년대는 비닐 페인트를 사용했다. 그후 십 년 동안 아크릴을 사용한다. 이러한 과정은 상호 의존적이며 여러 준비 단계가 필요하며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1960년대는 금속판을 뜯어내 밑에 있는 지층을 드러내거나 조형 페이스트로 부피감과 질감을 부여했다. 판화 분야에서는 에칭, 아쿠아틴트, 석판 인쇄 그리고 전통기법을 숙련했다.

안나 에바의 그림에는 마법 같은 것이 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은 빛과 어둠의 조화로움 속에서 깊어지고, 작가 개인의 여정이 진행될수록 점점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는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1970년대 대형 캔버스 또는 반대로 매우 작은 그림들을 통한 작업은 사물 본질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간다. 금속 아래에 부조를 만들어 비나 파도를 검은 산과 깊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극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자연을 내면으로 끌어들여 깊은 여울과 격랑이 이는 바다, 신비로운 행성의 거처를 만들어냈다. 자연 속에서 역동하는 자아가 자유와 환희의 탄성을 지르는 듯하다.
안나 애바 버그만, N° 6- 1957 La Grande montagne 거대한 산, 유화와 판금, 1957, 아르퉁 버그만 재단
안나 애나 버그만, N°20-1987, 1987, 아크릴, 모델링 페이스트, 그리고 판금, 아르퉁 버그만 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