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하원 오늘 개원…총선승리 야권, 의장자리 합의 불발

연립정부 구성 추진 전진당·프아타이당 "양보 못 해"
5월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로 구성된 태국 새 하원이 3일 개원한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 중인 야권이 하원의장 자리를 놓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1당 전진당(MFP)과 프아타이당 등 연정 구성에 합의한 야권 8개 정당은 전날 회의를 열었으나, 하원의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전진당이 가장 많은 151석을 얻었고, 프아타이당이 141석으로 제2당이 됐다. 전진당은 프아타이당 등 야권 7개 정당과 연정 구성에 나섰다.

총리 후보는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로 정해졌으나, 하원의장 자리가 문제가 됐다.

전진당은 1당으로서 하원의장 자리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프아타이당은 입법부 수장까지 전진당이 독식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왔다. 양측은 이 문제로 협상을 이어왔지만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하원은 4일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피타 전진당 대표는 전날 회의 후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면 우리가 사과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를 구성해 국민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뜻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촌라난 스리카우 프아타이당 대표는 "당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3일 내부 회의를 열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원의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태국 정치권의 미묘한 상황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현재 추진 중인 연정의 집권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원의장이 선출되면 하원 의원 500명과 상원 의원 250명이 공동으로 차기 총리를 선출한다.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들은 민심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허용 등 개혁적인 정책을 내세운 진보정당이다.

군주제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적 성향을 가진 상원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

전진당으로서는 하원의장을 프아타이당에 내주고 피타 대표가 총리로 선출되지 못하면 제1당에 오르고도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만약 이번에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하원의장 자리가 필요하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인 프아타이당은 조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야권의 연정 구성 합의가 깨지거나, 피타 전진당 대표가 총리가 되지 못하면 오히려 프아타이당에 기회가 올 수 있다.

피타 대표가 총리직 도전에 실패하면 전진당이 참여하는 연정 틀을 유지하면서 프아타이당에서 총리 후보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아타이당과 친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의 연대설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