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 김철규 감독이 SNS에 주목한 이유 [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 김철규 감독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김철규 감독/사진=넷플릭스
올해로 드라마 연출을 시작한 지 30년. 그야말로 드라마 '장인'이다. 1994년 KBS 20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한 김철규 감독은 30년 차가 되는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를 내놓았다.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연출상을 안겨준 tvN '악의 꽃'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 KBS 2TV '황진이', '공항 가는 길', tvN '시카고 타자기', '마더', '자백' 등 다채로운 장르와 이야기로 흥행과 작품성을 고루 인정받은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셀러브리티'에 출연한 배우들이 입을 모아 "감독님의 팬이라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다.

김철규 감독은 '셀러브리티'를 통해 가장 트렌디한 소재로 인간의 탐욕과 질투를 조명했다. "촬영 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라 부담감도 크고 엄청나게 많이 긴장하고, 초조했다"는 김철규 감독은 "6월 30일 공개 후 주변에서 '재밌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줘서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면서 입을 열었다.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김철규 감독/사진=넷플릭스
'셀러브리티'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여성이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인플루언서들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마주한 그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작품. 타고난 미모와 감각, 여기에 수년의 사회생활 경험으로 터득한 센스로 단숨에 팔로어 130만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성장한 아리(박규영 분)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후, 돌연 폭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면서 '셀러브리티'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선보여진다.

아리처럼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 돌아와 라이브 폭로 방송을 하진 않았지만, BJ나 유튜버 혹은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모임이나 그들끼리의 갈등, 이로 인한 죽음 등은 최근에도 알려져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미 촬영은 2년 전에 시작됐고, 후반작업을 하면서 이런 사건들을 지켜보던 김철규 감독은 "우리가 다루는 이야기와 설정들이 실제로 사건이 되고, 뉴스가 되는 걸 보는 느낌이 새로웠다"면서 오랜 이력에도 처음 경험했던 부분들에 대해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무겁고 진지한 작품들을 많이 해서 가볍고 트렌디한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그래서 가장 트렌디한 '셀러브리티'라는 작품을 만나 여러 면으로 용기를 내 도전하게 됐다"며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대본에 나오는 용어들도 낯설었어요. 인터넷을 뒤지며 '라방', '피드', '언팔', '맞팔' 이런 단어들을 하나하나 검색하고, 공부했어요.(웃음) 계정도 만들고, 쭈뼛쭈뼛 하면서 젊은 연기자들에게 물어보고요. 특히 딸에게 많이 물어가며 공부했죠. 그 과정들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영'(Young)한 소재가 '올드'(Old)해 보이지 않도록, '꼰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김철규 감독의 연출 목표였다.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시 라이징 스타였던 박규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인플루언서들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을 모두 신인 배우들로 채웠다. 실제 인플루언서인 이사배, 씬님 등을 섭외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준호, 설인아, 우기, 정유진 등 화려한 특별출연자를 배치하며 매회 극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극 중 '비비비'로 불리며 숨은 인플루언서 메이커이자 갈등을 유발하는 반전의 주인공 'bbbfamous' 계정주 이은채(김노진 분)도 다분히 의도된 캐스팅이었다. 김철규 감독은 "아리가 현실 세계의 주인공이라면, 비비비는 가상 현실의 주인공"이라며 "SNS상에서 보여주는 탐욕, 질투, 익명성, 그 뒤에 숨은 공격성 등이 한 몸에 응집된 상징적 존재로 설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익명성 뒤에 숨어서 온라인상에 존재할 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익명성을 걷어내면 대단히 평범하고 보통의 사람들이고, 내가 될 수도 있고, 우리 주변에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인지도가 아직 많지 않은, 눈에 띄지 않았던 배우로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김철규 감독/사진=넷플릭스
'셀러브리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는 "유명해져라"다. 유명해지면 부와 명예도 얻을 수 있고, 주변의 대우도 달라진다는 것. 김철규 감독은 "우리 작품에 나온 모든 배우들이 유명해졌으면 한다. 같이 일한 배우가 소위 잘나가고, 주목받을수록 기분이 더 좋아진다"면서 박규영의 '오징어게임2' 발탁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러면서 '다음으로 유명해질 배우'로 전효성, 강민혁을 비롯해 '가빈회' 멤버들로 등장했던 한재인, 한으뜸, 정유민, 김시현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촬영 외의 시간에도 이들의 연기를 봐주고, "혼도 냈다"며 웃던 김철규 감독은 "다들 열심히 잘해줬다"면서 "앞으로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여기에 촬영 소품들까지 모두 '진짜'로 준비했다. '셀러브리티'에서 선보여지는 수많은 명품과 외제차들은 "모두 진품을 구매하거나 대여했다"면서 "극 중 오민혜(전효성 분)가 내팽개친 에르메스 가방이 가장 비싼 소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극 초반 서아리가 파티장에서 입은 정가 1200만원이 넘는 하얀 드레스는 와인 세례를 맞는다는 설정 때문에 "3벌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셀러브리티'를 선보인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김철규 감독은 다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KBS 입사 동기 중 촬영 현장을 지키는 사람은 유일하지만 "저는 제가 잘하는 게 연출 같다"며 "다른 건 엄두가 안난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연출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연출하는 것들에 대해 아직은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잘한다'는 칭찬도 받고요.(웃음) 계속 연출을 하기 위해, 대중예술을 하기 위해 새로운 것들을 계속 보고, 배워요. '올드'하다는 걸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게 어떤 건지는 알아야 하니까요. 많은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것들을 모른척하며 살 수 있나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