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세계적 권위자 김진수 툴젠 창업주, 바이오기업 3곳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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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진·레드진·그린진 새로 창업국내 유전자가위 권위자이자 툴젠의 창업주 김진수 박사가 바이오회사 세 곳을 설립,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술 개발에 나섰다. 기존 툴젠의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플랫폼 보다 진일보한 유전자 편집 기술 확보를 위해서다. 툴젠은 김 박사 신설 회사에 지분투자를 이어가며 향후 협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툴젠 “회사 핵심 기술과 무관”
김진수 최측근 인사 이사진 포진
김영호 툴젠 전 대표 영입
4일 업계에 따르면 김 박사는 지난해 1월 레드진, 지난해 5월 엣진과 그린진을 각각 설립했다. 등기상 김 박사는 세 개 회사의 이사진을 잠시 역임했다가 모두 사임한 상태다. 다만 김 박사의 최측근들이 주요 이사진으로 포진해 있다. 김 박사의 부인 김화정 씨는 엣진 사내이사, 레드진 감사로 등록돼 있다. 박갑주 씨는 엣진 감사, 레드진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박갑주 대표와 김 박사는 서울대 동기로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툴젠에서 제품 비즈니스 관리자(Product Business Manager)를 역임했던 이윤수 씨는 레드진 최고기술책임자(CTO), 그린진 감사를 맡고 있다.
엣진의 대표는 박정은, 김영호 각자 대표 체제다. 김 대표는 김 박사와 미국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의 인연으로 2001년부터 툴젠에 합류해 연구개발(R&D)을 이끌었다. 지난달 26일 툴젠 대표를 퇴임하자마자 엣진 대표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엣진에서도 R&D를 총괄할 예정이다.
세 개 회사는 모두 기존 크리스퍼-카스9이 하지 못하는 유전자 교정 플랫폼과 관련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엣진은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 유전질환 치료제를 중점적으로 개발한다. 툴젠은 엣진에 4억원을 투입해 2.19%를 확보했다. 레드진은 줄기세포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인공만능혈액 생산을 목표로 설립했다. 누구에게나 수혈이 가능한 인공 적혈구를 생성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다. 이 기술을 통해 희귀 혈액 환자에게도 보편적인 수혈이 가능한 인공혈액 생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툴젠은 2억원을 투자해 레드진 지분 1.67%를 확보했다.
그린진은 염기교정효소로 식물세포소기관의 유전자를 교정한다. 김 박사는 크리스퍼-카스9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 식물 소기관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회사 측은 그린진 플랫폼을 사용하면 GMO가 아닌 다양한 유전자 편집 식물을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정은 씨가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를 역임 중이다.
툴젠 측은 3개 회사의 사업 분야가 툴젠의 사업을 침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툴젠 관계자는 “툴젠의 핵심 특허인 크리스퍼-카스9을 사용하지 않는 분야다”며 “툴젠에서 모든 바이오를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김 박사가 새로운 바이오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김 박사가 툴젠 사업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일주일에 한 번씩 김 박사가 툴젠에 와서 자문을 하고 있다”며 “세 개 회사 모두 유전자를 편집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툴젠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유전자가위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999년 크리스퍼-카스9 연구개발을 위해 툴젠을 설립했다. 5월 기준 제넥신은 14.13% 지분으로 툴젠의 최대주주이며, 뒤이어 김 박사가 8.59%를 보유한 2대주주다. 김 박사는 현재 툴젠의 상근직으로 근무하지 않고 있다.
김 박사가 최대주주에서 내려온 배경에는 코스닥 상장 ‘3전 4기’가 있다. 툴젠은 2014년 코넥스에 입성한 후 기업공개(IPO) 도전 네 번째만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거래소가 미승인한 대표 사유 중 하나가 최대주주 김 박사와 2대 주주인 기관투자자 간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이다. 해당 사유 해소를 위해 김 박사는 제넥신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2020년 12월 제넥신은 김 박사와 기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주식을 양수받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2021년 12월 툴젠은 코스닥에 상장하며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7월 4일 18시 2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