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소비자물가 격차 확대…한은 "물가 연말 3%대로 오를 것"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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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1개월만에 2%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물가와 근원 물가와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를 낮췄지만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서비스 부문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47%포인트였다. 전체 물가 상승률 변동이 -0.6%포인트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다른 품목은 상당수 가격이 올랐을 것이란 의미다. 전기·가스·수도는 작년 동월 대비로 25.9%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20%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비스도 외식 가격(6.3%)을 중심으로 3.3% 상승했다. 2%대 물가가 현실화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소폭 하락했으나 전체 물가상승률 만큼은 아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은 5월 3.9%에서 6월 3.5%로 0.4%포인트 떨어졌다.
근원물가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격차는 5월 0.6%포인트에서 지난달 0.8%포인트로 확대됐다. 여전히 견고한 근원물가가 향후 물가 상승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물가가 점차 근원물가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평균이 2%대 후반이 될 것이라는 말과 연말 3%대 안팎의 물가를 예상하는 것은 비슷한 수치를 예상하는 것으로도 파악된다. 정부는 7~8월 2%대 낮은 물가 수준을 포함해 평균 2%대를 제시한 것이고 한은은 물가 흐름을 보며 연말 월별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정부가 앞서 라면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처럼 가격 개입이 나타나면 물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 시장에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시장 가격에 개입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근원-헤드라인 물가 격차 더 벌어졌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5월 3.3%에서 0.6%포인트 하락했다. 2%대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21개월 만이다.물가 하락은 국제 유가가 내리면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4% 떨어지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서비스 부문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47%포인트였다. 전체 물가 상승률 변동이 -0.6%포인트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다른 품목은 상당수 가격이 올랐을 것이란 의미다. 전기·가스·수도는 작년 동월 대비로 25.9%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20%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비스도 외식 가격(6.3%)을 중심으로 3.3% 상승했다. 2%대 물가가 현실화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소폭 하락했으나 전체 물가상승률 만큼은 아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은 5월 3.9%에서 6월 3.5%로 0.4%포인트 떨어졌다.
근원물가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격차는 5월 0.6%포인트에서 지난달 0.8%포인트로 확대됐다. 여전히 견고한 근원물가가 향후 물가 상승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물가가 점차 근원물가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2% 후반" vs 한은 "3% 안팎"
향후 물가 전망을 두고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하반기 물가가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 부총리는 "특별한 외생 변수가 없다면 하반기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맞을 것"이라며 "평균 2% 중후반대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반면 한은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하반기 물가가 3%대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봤다. 김웅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5월 전망에서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3.3%로 예상했다.하반기 평균이 2%대 후반이 될 것이라는 말과 연말 3%대 안팎의 물가를 예상하는 것은 비슷한 수치를 예상하는 것으로도 파악된다. 정부는 7~8월 2%대 낮은 물가 수준을 포함해 평균 2%대를 제시한 것이고 한은은 물가 흐름을 보며 연말 월별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정부가 앞서 라면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처럼 가격 개입이 나타나면 물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 시장에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시장 가격에 개입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