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과속 페달 밟은 文정부…해고·폐업만 더 늘었다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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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지역별 차등 필요"한국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2018년 2년간 최저임금이 10% 넘게 오르면서 부담을 느낀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폐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저임금에 노출된 근로자가 많은 업종일수록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전남 여수시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와 도태영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 등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됐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난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16.4% 상승했다. 이듬해에는 다시 8350원으로 10.9% 뛰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실현하겠다며 과속 페달을 밟은 결과다.
이같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을 크게 악화시켰다. 특히 최저임금에 노출된 정도가 큰 기업일수록 고용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노출된 정도가 약 20%(제조업의 최저임금 노출도 표준편차 1단위) 늘어날 경우 고용은 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많은 업종일수록 고용 감소가 컸을 것이란 의미다. 분석에 따르면 업종별 최저임금 노출도는 광업이 평균 6.6%, 제조업이 12.8% 등으로 낮았지만 음식숙박업은 40.4%으로 높았다. 최저임금 노출도가 각 업종별 평균만큼 증가했을 경우 제조업 고용은 2.7%, 음식숙박업 고용은 8.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 규모별 대응 형태도 달랐다. 고용인원이 적은 경우엔 주로 해고를, 많은 경우엔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10~15인 사업장은 첫해 고용인원 감소의 80.2%가 해고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50인 이상 기업의 경우 92.49%가 공장 폐쇄로 인한 고용 감소였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많을수록 기업들이 다른 생산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서비스업에서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경우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지만 이는 장기적인 변동에 따른 분석이며, 정치적 변화로 최저임금이 급변한 한국의 경우엔 해당하지 않는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점진적 인상은 감내할 수 있지만 급격한 인상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김 교수는 "업종과 지역별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고용효과가 이질적"이라며 "이에 연동하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고용 효과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는 지난 4일부터 전남 여수 소노캄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최연구 미 컬럼비아대 교수, 올리버 코이비온 미 택사스대 교수 등 8명의 초청 연사의 세션과 31개의 일반 발표 세션, 3개의 특별 세션 등이 이뤄진다.
시게오카 히토시 일본 도쿄대 교수는 CEO 성별이 기업 거래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동성의 CEO가 경영하는 회사와 거래를 맺는 경향이 많아 여성 CEO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 논의됐다. 후지와라 잇페이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필립스곡선이 평탄화한 배경을 분석했고, 이재원·박용웅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은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