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시작되는 반도체 싸이클…"과거 실적·주가 동반 상승 최소 2년"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강세를 보인 테마중 하나는 반도체 분야였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주가도 큰폭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이익 반등이 이끈 주가상승세가 최소 2년은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을 근거로 "하반기에도 트렌드에 올라타라"고 조언하고 있다.

◆"주가 상승 단 6개월로 끝나지 않을 것"

4일 블룸버그와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실적 반등 추세는 2번 있었다. 첫번째는 2012년 하반기이다. 미국 금융위기, 유럽 'PIGS' 대란, 중국의 경기침체 등의 영향이 끝나가던 시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의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반도체 반등 추세가 일어났다. 당시 2012년 하반기부터 2014년까지 약 2년 반동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83% 늘어났고, 주가는 128% 상승했다.
두번째는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슈퍼사이클'이 나타났던 2016년 하반기~2018년 상반기이다. 당시 2년간 이익은 150% 늘어났고, 주가 지수도 동행하며 150% 상승했다. 두 번 모두 이익과 지수 거의 같이 움직였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유사하게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될 반도체 실적 반등과 함께 주가 상승추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주가 상승이 올해 상반기 단 6개월만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이제 본격적으로 상승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적어도 올해와 내년에는 이익 사이클에 의한 강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반도체 공급 대비 수요를 크게 늘릴만한 변수도 있다. 2012년에는 스마트폰, 2016년에는 빅데이터·데이터센터 열풍이었다면 2023년은 AI 열풍이 반도체 수요를 주도적으로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분산투자로 리스크 낮춰야

다만 변수도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내에서도 특정 섹터나 특정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전날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등 희토류 자원의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역시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꾸준히 내놓고 있었다. 양국이 어떤 정책 내놓을지 예측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분야·어떤 공정의 기업이 특히 타격을 입을지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산업 전체의 이익 상향과 동행하기 위해 가능하면 벨류체인 전체에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익 턴어라운드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기업간의 실적 개선 정도의 차이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안개속에서 벗어나는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잘될지에 대한 예측이 힘들기에 분산투자가 유효할 수 있다"며 "개별종목 투자는 기업별 상승추세가 충분히 관찰된 이후 나서는게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주요 ETF들이 하반기 위험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tive'(65.83%), 'TIGER Fn반도체Top10'(44.95%), 'KODEX Fn시스템 반도체'(40.95%) 등은 지난 6개월 사이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4월 상장한 'SOL 반도체소부장FN' 과 'KODEX 아시아반도체공급망exChina액티브'도 2개월간 각각 24.81%, 20.75% 상승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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