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육성하는데…SK하이닉스가 日기업에 투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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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SK스퀘어 등 1000억 공동출자해 투자법인 설립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유망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투자한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경쟁으로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국면에서 해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첫 전략적 투자처로 '반도체 소부장 강자' 일본 기술기업 검토
"성장기업 투자해 밸류업 지원…사업·기술협력, M&A, IPO 추진"
4일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SK스퀘어가 효율적 해외 반도체 투자를 위해 설립한 투자법인 ‘TGC 스퀘어’에 SK하이닉스·신한금융그룹·LIG넥스원 등이 약 1000억원을 공동 출자한다. 일본이나 미국 등 기술력을 지닌 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안정적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최근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중심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상황이지만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선 반도체 설계·생산·패키징 공정별로 기술력 우위를 확보한 소부장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는 첫 투자 대상으로 일본 반도체 강소기업을 검토하고 있다. 조성된 투자금의 약 60%를 반도체 소부장 강자로 꼽히는 일본 업체에 투자할 방침. 반도체 소부장 영역에서 하이엔드 기술에 특화해 시장점유율 30%대를 기록하는 세계 1~2위 일본 업체들이 상당수라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발표 이후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총 2조엔에 가까운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투자 환경이 우호적이라 현지 네트워크를 가동해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사, 친환경 반도체 부품 제조사,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사,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사 등을 중심으로 기술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이를 위해 최우성 SK스퀘어 반도체 투자담당(MD) 겸 SK텔레콤 재팬 대표가 TGC 스퀘어 투자법인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며 조희준 전 BNP파리바 일본법인 영업담당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미야모토 야스테루 전 크레디트스위스 부사장을 전문심사역으로 각각 영입했다.
TGC 스퀘어 법인은 △SK텔레콤 재팬(일본 도쿄) △SK하이닉스 벤처스(미국 새너제이) △SK스퀘어 아메리카(미국 뉴욕) △SK텔레콤 아메리카(미국 산타클라라) 등 SK 관계사들 해외 투자 거점을 활용해 우수 기술력의 해외 기업을 발굴해 투자할 계획이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는 성장 기업에 투자한 후 다양한 밸류업(vlue-up)을 실행할 예정으로 SK하이닉스 네트워크 기반 사업·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향후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를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일본 외에도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국내 반도체 투자 또한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최우성 TGC 스퀘어 CEO는 “글로벌 반도체 인사이트를 가진 SK 관계사와 국내 금융사 등이 해외 공동투자를 통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유의미한 프로젝트”라며 “유수의 해외 소부장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미래 반도체 기술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