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친낙 '동시저격'…추미애 노림수는 공천?

秋 "文이 해임" 주장 이어 "이낙연, 선거 위해 사퇴 요구"
일각 "지역구 복귀 노린 듯"…秋, 출마 여부엔 "나중에"
조응천 "장관 앉혀준 대통령 불쏘시개로 쓰며 자기 장사"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2020년 자신의 장관직 사퇴 배경을 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전 총리까지 저격하고 나섰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사법 피해자”라며 옹호했다. 추 전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친문(친문재인)·친낙(친이낙연)계와 선을 긋고 이 대표에게 줄을 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일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과거 자신이 장관직에서 해임된 배경에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총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의결서를 들고 가서 보고하니, 문 전 대통령이 서명한 뒤 ‘여기까지 너무 수고가 많았다. 장관이 물러나야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추 전 장관은 이어 “문 전 대통령이 ‘곧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다가오니 당이 요구한다’(고 하더라)”며 “검찰 개혁을 완수하라고 힘을 실어줄 것으로 믿고 갔더니 거꾸로 ‘장관이 물러나야겠다’고 정리됐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진행자가 ‘문 전 대통령에게 서운함이 있는지, 아니면 이 전 총리한테 서운함이 있는지’를 묻자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재·보궐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됐다”고 각을 세웠다. 자신을 유임시켰어야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고 윤 검찰총장이 대권 주자가 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충돌을 빚었다. 같은 해 12월 문 전 대통령에게 검찰총장 징계를 제청한 뒤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왔다.추 전 장관은 이 대표와 관련해 “검찰 정권이 사법 리스크를 만들어 가는 건데, 사법 피해자 보고 ‘당신 때문’이라며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감쌌다.

추 전 장관의 발언을 두고 야권에선 “정치적으로 재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고 하지만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싶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윤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데 추 전 장관이 거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본다”며 “(추 전 장관도)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이낙연계인 신경민 전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의도적으로 말을 부풀려 이 전 총리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당 안팎에선 추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광진을로 복귀를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광진을은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의 지역구다. 추 전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나중에”라며 여지를 남겼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