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왜 올랐나 봤더니…치솟는 '스마트폰 가격'이 주범

팩트체크

삼성·애플 출고가 10% 넘게 인상
통신장비 지출 1년새 29% 늘 때
서비스요금은 1.8% 상승에 그쳐
요즘 통신사들은 “통신요금을 올린 적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통신비가 물가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매월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금액이 1~2년 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치솟는 통신비’의 비밀은 따로 있다. 바로 스마트폰 단말기 월 할부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 소비지출 12개 항목’ 중 하나인 통신비는 전년 동기보다 7.1% 상승했다. 소비자들의 통신비 지출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통신장비 관련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증가했다. 반면 통신 서비스 요금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 폭은 1.8%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폴더블폰 등 고가 제품을 선보이면서 단말기 월 할부금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월 할부금이 통신비에 포함된 탓에 비난의 화살이 통신사에만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선 LG전자의 사업 철수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으면서 단말기 가격이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가격 경쟁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두 업체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합계는 95%가 넘는다.삼성전자와 애플은 올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제품 출고가를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3플러스 256GB’는 전작(119만9000원)보다 12.8% 비싼 135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갤럭시S23 울트라 256GB’도 159만9400원으로 전작(145만2000원)보다 10.1% 올랐다.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더하다. 아이폰14 시리즈의 출고가를 전작보다 최대 17% 인상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가격까지 포함된 가계 통신비 지출금액을 놓고 통신사만 때리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통신비가 오른 이유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