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왜 지금 제약바이오인가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우리가 일상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없다면 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 보겠다며 찾은 삼계탕집에 빈자리가 없으면 민어탕 등 다른 보양식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다른 식당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음식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마땅히 대체할 물건이 없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요소수도 한때 중국의 수출 중단으로 일부 물류업체가 생계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큰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그랬다. 우리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의약품 문제이기 때문에 사태는 더 심각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백신을 국민에게 공급하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코로나19에 특화된 치료제와 해열제 등 의약품을 차질 없이 공급하는 일도 아주 중요했다. 그저 환자들의 문제로 생각했던 의약품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인류와 모든 국민의 문제로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다.미국을 비롯한 제약바이오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약 개발에서 가장 앞서 달리는 제약바이오 강국 미국과 유럽 국가들마저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의약품 부족에 시달렸다. 의약품의 세계적 공급망이 깨지고 치료에 필요한 많은 종류의 의약품 제조를 등한시한 결과였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의약품 생산·공급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뼈아픈 경험은 변화와 대응을 촉발한다.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제약바이오 육성’이라는 기치를 들어 올리고 있는 이유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또 있다. 불안한 국제 정세에도 의약품이 중심이 되는 제약바이오산업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세계 제약바이오시장 규모는 반도체 시장의 두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안전장치이자, 미래 국가경제의 핵심축으로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우리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잘 인지하고 있다. 이른바 ‘시대적 사명’으로 여기는 것이다. ‘국민 건강의 버팀목이자 미래 핵심 산업’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2023년 지금 시점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가치와 비전을 한 마디로 함축한 이 표현은 제약바이오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와 기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