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수인종 대입 우대 위헌에…"하버드 기여입학도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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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70%가 백인" 문제 제기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입학 우대정책 위헌 판결 이후 하버드대의 동문 자녀 입학 우대(레거시 입학)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위헌이라면 레거시 입학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레거시 입학은 특권”이라고 비판하면서 향후 입시 제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일반 전형보다 합격률 5배 높아
바이든 "레거시 입학은 특권"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기관인 ‘민권을 위한 변호사(LCR)’는 이날 하버드대의 레거시 입학 제도가 민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연방 교육부 민권 담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레거시(legacy)는 유산이란 뜻이다. 레거시 입학은 동문이나 기부자 자녀 등을 입학 우대하는 일종의 기여자 특별 전형이다. 하버드대뿐 아니라 상당수 대학도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하버드대의 상징성 때문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하버드대 측은 관련 논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경제연구소(NBER)’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하버드대 기부자나 동문과 관련된 지원자의 거의 70%가 백인이었다. 반면 일반 입학 전형에서 백인 비중은 40% 수준에 그쳤다.
레거시 입학 전형 합격률은 일반전형보다 다섯 배 넘게 높았다. 결국 백인들이 레거시 제도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이 단체는 “2019년 졸업생의 경우 약 28%가 부모나 다른 친척이 하버드 대학에 다닌 동문 자녀”라며 “하버드대의 동문 자녀 및 기부자 선호로 백인들이 압도적 이익을 받기 때문에 자격 있는 유색 인종 지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레거시 제도가 민권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은 인종, 피부색, 국적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 교육부의 연방 재정을 지원받는 프로그램이 이 법을 위반할 경우 교육부 민권 담당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최근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을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소수인종 대입 우대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기자회견에서 이 결정을 비판하고 “레거시 입학과 같은 관행이 기회가 아닌 특권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수인종 대입 우대보다 레거시 입학이 더 차별적이라는 의미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