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방류 적합성 검증…인체·환경 방사능 영향 무시할 만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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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시 IAEA 총장 기자회견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해양방류는 韓·美도 해온 일
원전 부지내 현장사무소 열어
30~40년간 방류 모니터링"
IAEA 사무총장 7~9일 방한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4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처리수 샘플을 세계 각지의 연구소에 보내 확인하는 등 IAEA 전문가들이 2년 이상 검증을 거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도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이 남아 있는 처리수의 방류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처리수 해양 방류 인체 영향 미미”
IAEA는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의 요청을 받고 2021년 7월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부문별 중간 보고서를 냈고, 이날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다.IAEA는 보고서를 통해 “ALPS로 처리한 물을 바다에 조금씩 배출하는 것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학적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일본의 처리 방식은 국제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도쿄전력이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능력이 있으며, 방류 설비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긴급 차단 밸브가 있다고 평가했다.그로시 총장은 “오염수의 처리 방식(해양 방류)을 결정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몫”이라면서도 “한국 중국 미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30~40년에 걸쳐 이뤄지는데 이 기간 동안 결론에 책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IAEA는 중국 등 이해당사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이를(원자력의 안전성) 검증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라며 “IAEA는 국제기구로서 권위를 지닌다”고 답했다.
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IAEA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다”며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30~40년에 걸쳐 방류 활동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AEA는 방류 상황을 감독하기 위해 5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현장사무소를 연다.
정확한 방류 시점은 미지수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주변국들이 최종 보고서를 충분히 이해해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로시 총장은 “한국과 중국 등에 결과만 제시한 채 ‘그저 믿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주변국들이 왜 불안해하는지 경청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는 7~9일 한국을 방문해 최종 보고서를 설명할 예정이다.
IAEA의 활동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방식과 절차가 국제 기준을 따랐는지 점검하는 데 국한된다. 방류 계획의 문제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권한은 일본의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갖고 있다.원자력규제위는 다음주 최종 승인 절차인 사용 전 검사 종료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IAEA의 최종 보고서와 원자력규제위의 검사 종료증으로 일본 정부는 방류의 명분과 권한을 갖게 된다.
중국은 “IAEA가 성급하게 보고서를 낸 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올려 “보고서는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결론 역시 전문가들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트리튬
삼중수소. 방사선을 방출하는 수소의 동위원소(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원소)의 하나로, 주로 원자로 내부 핵반응 과정에서 생성된다. 트리튬을 섭취하면 방사능 직접 피폭이 발생하며 과다한 피폭은 세포 사멸, 생식 기능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트리튬 방류 상한 기준을 L당 1만 베크렐로 설정하고 있다.
■ 다핵종제거설비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핵종 중 트리튬을 제외한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정화 장치. 오염수가 직렬로 연결된 여러 개의 필터를 통과하면서 오염 물질이 걸러지는 구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허세민/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