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대통령 "내년 대선 출마 안 한다"…3선 도전 포기

야권 시위 촉발한 불확실성 해소…정국 안정 회복 가능성
"헌법 따랐을 뿐 영웅적 행동 아냐…진작 밝혔어야" 비판도
마키 살(61) 세네갈 대통령이 내년 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반대 시위를 부채질했던 그의 3선 도전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세네갈 정국이 안정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르솔레이' 등에 따르면 살 대통령은 전날 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오랜 고민 끝에 2024년 2월 25일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결정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헌법에 따라 출마가 가능하지만, 이전에도 밝혔듯이 2019년 시작된 임기가 나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임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네갈의 발전을 위해 일해 줄 나보다 더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다"며 정부에 내년 2월 대선을 투명하게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살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3선 도전으로 폭력적인 거리 시위를 촉발한 압둘라예 와드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7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2016년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3연임을 제한하는 개헌을 하고서 2019년 재선에 성공했다. 살 대통령은 그간 3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내년 대선 출마에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야권의 반발을 샀다.

3연임을 제한한 개정 헌법 규정은 개헌 전에 시작된 자신의 첫 임기에는 적용되지 않고 개헌 후인 두 번째 임기부터 적용된다는 게 살 대통령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2012년과 2019년 선출된 살 대통령이 내년 차기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며 지난 4월 그의 3선 도전에 반대하는 연합을 결성했다. 지난달 징역형을 선고받아 내년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진 유력 야당 '파스테프'(PASTEF)의 우스만 송코 대표는 살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앞선 지난 2일 살 대통령이 3선 도전을 선포할 경우 대규모 반대 집회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1960년 독립 이후 군사정변 없이 대통령이 교체돼 온 세네갈은 서아프리카의 민주주의 모범 국가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달 1일 송코 대표에 선고된 징역형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의 시위가 사흘간 이어지면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

세네갈에서는 2021년 3월에도 송코 대표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면서 촉발된 항의 시위가 격화해 시민 12명이 숨졌다.

한편 살 대통령이 3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포기함에 따라 세네갈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알지지라 방송에 따르면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과 우마로 시소코 엠발로 기니비사우 대통령, 무사 파키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살 대통령의 결정이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아미나타 투레 전 세네갈 총리는 살 대통령이 3선 도전을 포기하도록 한 것은 민주화 시위였다고 말했다.

투레 전 총리는 "살 대통령의 대선 불출마는 3연임을 제한한 헌법 규정에 따른 것일 뿐,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다"라며 "진작에 확실하게 포기 의사를 밝혔다면 우리가 그동안의 혼란을 겪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권의 반대 시위가 없었다면 살 대통령은 내년에도 출마했을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사람들은 들고일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