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사는 매미가 더 시끄럽다고? 그것은 사실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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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속 과학
김홍재 지음
어바웃어북
413쪽|2만원
하남시 아파트 전경 /Getty Image
아파트에서 매미가 유난히 더 시끄럽게 우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사실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공원보다 아파트 단지의 매미 울음소리가 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밝은 조명과 단지의 열섬 현상은 매미가 잠들지 못하고 하고, 더 늦게까지 울도록 만든다. 조경도 한몫한다. 아파트에는 어디서든 잘 자라는 플라타너스와 벚나무가 많이 심겨 있는데, 매미 중에서도 울음소리가 가장 큰 말매미가 좋아하는 나무들이다.
<아파트 속 과학>은 이렇게 아파트에 관한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과학 칼럼니스트인데, 서울대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 계획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집값에 관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만, 아파트가 딛고 선 과학적 토대에 대해선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은 말 그대로 ‘아파트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공급 면적과 전용 면적의 차이, 2베이(bay)와 3베이 구조 같은 기본적인 내용부터 한국의 아파트 수명은 왜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짧은지, 60억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마저 왜 층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2000년대 초반 갑자기 한국에서 새집증후군이 대두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아파트 부실시공이 이슈가 되면서 아파트가 어떻게 지어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에 대한 답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콘크리트로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거푸집부터 준비해야 한다. 일종의 틀이다. 반죽 상태의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계획된 강도에 도달할 때까지 굳히는 데 사용한다.
콘크리트 내부에 공간이 생겨 불량이 나지 않도록 적당한 진동을 주어 공기를 제거하고 치밀하게 하는 ‘다짐’을 진행한다. 그 후엔 양생 과정을 거친다.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물리적 충격과 외부 환경으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콘크리트가 강해지는 핵심 과정이다.
‘사전제작 콘크리트(PC)’ 공법이란 것도 있다. 공장에서 거푸집을 이용해 벽과 바닥 등의 구조체를 생산한 다음 현장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공장에서 양생하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의 강도도 높다. 1980년대 한국이 아파트를 대량으로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PC 공법 덕분이었다. 하지만 접합 부위에 아주 미세한 틈만 있어도 누수가 발생한다. 1990년대 이후 PC 공법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일반 콘크리트보다 튼튼한 ‘고강도 콘크리트’ 더 나아가 ‘슈퍼 콘크리트’도 등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꼼꼼하게 시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좋은 입지에 좋은 브랜드를 달고 팔아도, 물리적 법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저자는 “아파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자료를 모으고 논문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했다. 책 뒤편의 빼곡한 참고문헌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도 재미있게 전달하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