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륜사 터 맞나?…하수도 공사 중 '영묘사'로 적힌 기왓장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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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묘사'명 기와, 불교 공양구 54점 담은 철솥 출토돼
'흥륜사'인지 '영묘사'인지 전모 밝혀지나
경북 경주 흥륜사 옛 터에 들어선 흥륜사. 사진=문화재청
경북 경주 흥륜사(興輪寺)는 사료에서 확인되는 신라 시대 최초의 사찰이다. 흥륜사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칠처가람(七處伽藍·신성한 7개의 절터) 중 하나로, 고구려 승려 아도(阿道)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중건돼 '대왕흥륜사'로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 '흥륜사지'란 이름의 사적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1980년대에 새로 지은 흥륜사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흥륜사 옛 터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당초 이곳에서 '흥(興)'자가 적힌 기와가 출토돼 흥륜사로 알려졌으나, 이후 사찰 근처에서 '영묘지사(靈廟之寺)'라고 적힌 기와가 다수 수습된 것. 이에 학계와 지역에선 '영묘사 터'로 보기도 한다. 영묘사 역시 칠거지람 중 하나로, 선덕여왕 때 창건됐다가 조선 초기에 폐허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흥륜사 서편 하수관로 설치 공사 중 발견된 당시 모습. 사진=문화재청
'흥륜사'인가 '영묘사'인가. 그 수수께끼를 풀어줄 단서가 추가로 나왔다. 5일 문화재청은 경주시와 춘추문화재연구원이 지난달 경주 흥륜사 서편에서 하수관로 설치를 위한 발굴조사 중에 '영묘지사'라고 적힌 기와 및 고려시대 불교 공양구 54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영묘사(추정)'와 '영묘지사'라고 적힌 기와 조각이 추가로 발견되며 해당 절터를 '영묘사 터'로 보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의 흥륜사지는 일제 강점기에 지정된 위치로, 향후 기와 등 유물이 추가로 확인되면 흥륜사지가 영묘사지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묘지사'라고 적힌 기와 조각. 사진=문화재청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 등을 넣은 철솥이 발견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름 약 65㎝, 높이 약 62㎝ 크기로 외부에 4개의 손잡이가 달린 녹슨 솥 안에는 기와 조각들이 뒤섞인 흙이 30㎝ 정도 쌓여 있었다. 흙을 거둬내자 그 안에서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불교 의식에 쓰인 유물 54점이 발견됐다.이번에 수습된 철솥과 청동 유물은 화재나 피난 과정에서 급히 한 곳에 모아 둔 퇴장(退藏) 유물로 추정되나,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물들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옮겨져 과학적 보존 처리와 심화 연구를 거칠 예정이다.
이번에 수습된 청동 불교 유물 일부. 경주=안시욱 기자
경주=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