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충돌 60초 전의 타이태닉 같다…신간 '모두를 위한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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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클럽 '성장의 한계' 이후 50년만에 내놓은 위기 극복 제안서 지구를 위태롭게 하는 세계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각국 저명인사로 구성된 로마클럽은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제목의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성장의 한계'는 인류가 한정된 자원 자원이나 환경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 성장과 소비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의 삶을 지속하면 21세기의 첫 50년이 지나기 전에 지구가 물리적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책으로 출간돼 전 세계에서 수천만부가 팔렸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기후 변화, 불평등, 식량 위기는 인류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지구'(착한책가게)는 로마클럽이 지구의 위기에 관해 '성장의 한계'를 발표한 지 50년 만에 다시 내놓은 위기 극복 제안서다.
로마클럽이 2020년 책과 같은 이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와 당면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한 행동 과제를 소개한다. 로마클럽 공동 의장인 상드린 딕손-드클레브와 오웬 가프니, 자야티 고시, 요르겐 랜더스, 요한 록스트룀, 페르 에스펜 스토크네스 등 기후·환경 전문가들이 함께 썼다.
'성장의 한계' 공동 집필자 중 한명인 랜더스가 참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책에 따르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약 1만1천700년 '홀로세'라는 시대가 시작됐다. 지구가 홀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 살펴보는 9가지 지표가 있는데 이 가운데 5가지가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이미 한계를 넘었다. 과학자들은 기후 한계, 생물 다양성 한계, 숲 한계, 생물지구화학 순환 한계가 무너졌다고 2015년에 결론을 내렸다.
2022년에는 플라스틱 등으로 인한 화학적 오염도 한계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여섯번째 항목인 '녹색물'(식물의 뿌리 주변 토양이 함유하고 있는 수분)이 한계를 넘었는지 연구 중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시스템이 바뀌면서 '인류세'라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2000년 신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모두를 위한 지구'는 현재 지구가 처한 상황을 빙산과 충돌하기 60초 전의 타이태닉호에 비유하며 "명백한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생산과 소비는 지구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자연 자원 추출량은 3배가 됐고 콘크리트, 철강, 플라스틱, 여타 인간이 생산한 모든 물질의 무게가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총량(바이오매스)을 넘었다.
지구에는 80억명이 살고 있고 1인당 매년 350㎏의 시멘트와 240㎏의 철강이 생산된다.
빈곤과 불평등도 심각하다.
서구 사회에서는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지만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지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책은 인류의 대응에 따라 달라지는 지구의 모습을 '부족한 노력, 놓친 시기'와 '거대한 도약'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대비해 보여주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빈곤, 불평등, 여성에 대한 권한 부여, 식량, 에너지 등 5가지를 꼽았다.
우선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 국가에 새롭고 빠른 경제성장 모델을 도입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5천 달러를 넘길 때까지 연간 최소 5%의 성장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충격적인 소득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누진세와 부유세를 도입하고 가장 부유한 10%가 국민 소득의 40% 이상을 가지지 못하게 제한하라고 제안했다.
또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과 보건의료에 투자해 젠더 권력 불균형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인구 폭발을 막는 것과도 관계있다.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1명당 자녀가 6∼7명에 달한다. 여성에게 선택의 자유가 늘어나면 원치 않는 임신이 줄어들고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를 90억명 이하로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토양과 생태계를 보호하도록 2050년까지 자연 친화적인 식량 시스템을 구축하고 화학물질의 과도한 사용을 대폭 줄이는 것도 위기 극복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일로 지목됐다.
책은 에너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전환해 10년마다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서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라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일련의 전환은 너무 엄청난 것이라서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거나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계기가 있으면 급격한 변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인식이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은 인간의 행동과 기업 경영 모델을 하루아침에 바꿔 놓았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우리는 다가오는 10년 동안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적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
추선영·김미정 옮김. 312쪽.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기후 변화, 불평등, 식량 위기는 인류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지구'(착한책가게)는 로마클럽이 지구의 위기에 관해 '성장의 한계'를 발표한 지 50년 만에 다시 내놓은 위기 극복 제안서다.
로마클럽이 2020년 책과 같은 이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와 당면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한 행동 과제를 소개한다. 로마클럽 공동 의장인 상드린 딕손-드클레브와 오웬 가프니, 자야티 고시, 요르겐 랜더스, 요한 록스트룀, 페르 에스펜 스토크네스 등 기후·환경 전문가들이 함께 썼다.
'성장의 한계' 공동 집필자 중 한명인 랜더스가 참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책에 따르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약 1만1천700년 '홀로세'라는 시대가 시작됐다. 지구가 홀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 살펴보는 9가지 지표가 있는데 이 가운데 5가지가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이미 한계를 넘었다. 과학자들은 기후 한계, 생물 다양성 한계, 숲 한계, 생물지구화학 순환 한계가 무너졌다고 2015년에 결론을 내렸다.
2022년에는 플라스틱 등으로 인한 화학적 오염도 한계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여섯번째 항목인 '녹색물'(식물의 뿌리 주변 토양이 함유하고 있는 수분)이 한계를 넘었는지 연구 중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시스템이 바뀌면서 '인류세'라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2000년 신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모두를 위한 지구'는 현재 지구가 처한 상황을 빙산과 충돌하기 60초 전의 타이태닉호에 비유하며 "명백한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생산과 소비는 지구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자연 자원 추출량은 3배가 됐고 콘크리트, 철강, 플라스틱, 여타 인간이 생산한 모든 물질의 무게가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총량(바이오매스)을 넘었다.
지구에는 80억명이 살고 있고 1인당 매년 350㎏의 시멘트와 240㎏의 철강이 생산된다.
빈곤과 불평등도 심각하다.
서구 사회에서는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지만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지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책은 인류의 대응에 따라 달라지는 지구의 모습을 '부족한 노력, 놓친 시기'와 '거대한 도약'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대비해 보여주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빈곤, 불평등, 여성에 대한 권한 부여, 식량, 에너지 등 5가지를 꼽았다.
우선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 국가에 새롭고 빠른 경제성장 모델을 도입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5천 달러를 넘길 때까지 연간 최소 5%의 성장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충격적인 소득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누진세와 부유세를 도입하고 가장 부유한 10%가 국민 소득의 40% 이상을 가지지 못하게 제한하라고 제안했다.
또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과 보건의료에 투자해 젠더 권력 불균형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인구 폭발을 막는 것과도 관계있다.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1명당 자녀가 6∼7명에 달한다. 여성에게 선택의 자유가 늘어나면 원치 않는 임신이 줄어들고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를 90억명 이하로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토양과 생태계를 보호하도록 2050년까지 자연 친화적인 식량 시스템을 구축하고 화학물질의 과도한 사용을 대폭 줄이는 것도 위기 극복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일로 지목됐다.
책은 에너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전환해 10년마다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서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라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일련의 전환은 너무 엄청난 것이라서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거나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계기가 있으면 급격한 변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인식이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은 인간의 행동과 기업 경영 모델을 하루아침에 바꿔 놓았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우리는 다가오는 10년 동안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적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
추선영·김미정 옮김. 31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