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니켈 매장량의 3배…'바닷속 노다지' 심해 채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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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 채굴보다 친환경"
태평양 한복판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CZ)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열대우림에서 니켈을 캐낼 때 각각 손실되는 바이오매스(미생물 등 생태계 순환 과정을 구성하는 생물의 총 덩어리) 규모다. 심해 채굴의 생물다양성 파괴 정도가 육상 채굴에 비해 미미하다는 의미다.이 뿐만 아니다. CCZ의 심해에서는 채굴되는 니켈 1t 당 약 6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인니 열대우림에서는 니켈 1t 당 60t에 달하는 탄소가 뿜어져 나온다. 해저의 고품위 복합광물 단괴에는 육상 광물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금속이 함유돼 있어 적은 양의 에너지만으로도 이를 추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심해 채굴이 육상 채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4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해저에 매장돼 있는 망간단괴는 폭증하는 배터리 광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해수와 퇴적물에 있는 금속성분이 해저면에서 침전되면서 형성된 망간단괴는 흑갈색의 감자 크기 덩어리들이다. 망간, 니켈, 코발트 등 40여종의 금속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CCZ 해역의 망간단괴에 포함된 니켈만 3억4000만t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지질조사국이 추정한 전 세계 육상 니켈 매장량의 3배를 웃도는 양이다. 심해저의 망간단괴가 '바닷속 노다지'라고 불리는 이유다.그간 심해 채굴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 왔다. 미지의 해저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는 파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호주 비영리단체인 민더루 재단의 해양 과학자 토니 워비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심해 생태계는 형성되는 데에만 수천 년이 걸리는데, 너도 나도 채굴에 나설 경우 파괴되는 건 순식간일 것"이라며 "심해 채굴 찬성 세력은 불장난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애드리안 글로버 해양생물학자는 "심해 채굴에 뛰어들기로 한 결정은 과학적인 결정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지'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정치적 결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중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은 이미 심해 채굴 전쟁에 뛰어들었다.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공화국과 함께 CCZ 심해 채굴을 준비하고 있는 캐나다 광산기업 더메탈스컴퍼니(TMC)가 대표적이다. 베이징 파이오니어, 차이나 머전트, 차이나 민메탈 등 중국 기업 3곳도 해저 광산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 경쟁 중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는 오는 9일 이후 심해 채굴을 허가하는 면허 발급 절차를 시작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